판례 110044 강도상해
사실관계
피고인은 1992. 9. 23. 23:40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노상에서 공동피고인 등 5명과 합동하여, 술에 취해 졸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주먹과 발로 얼굴 및 몸통을 수회 가격하여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 2매, 비씨카드 2매, 현금 60,000원과 주민등록증이 들어 있는 지갑 2개를 강취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안면부 타박상 등을 가하였다. 피고인은 위 강취 직후인 같은 달 24. 02:00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 공중전화박스 옆에서 위 강취된 국민카드 1매를 장물인 정을 알면서 교부받았다. 피고인은 위 장물취득과 관련하여 1992. 11. 30. 서울형사지방법원에서 장물취득, 신용카드업법위반, 사기죄로 징역 장기 1년·단기 10월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가, 그 후 별도로 이 사건 강도상해 공소가 제기되어 제1회 공판이 열린 뒤 항소를 취하하여 위 장물취득죄 등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인은 원심에서 강도상해죄로 유죄판결을 받자, 위 장물취득죄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본건 강도상해 공소사실에까지 미친다고 주장하며 상고하였다.
쟁점
먼저 확정된 장물취득죄의 기판력이 그 장물의 영득 원인인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에까지 미치는지, 즉 두 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법령:형사소송법/제326조] 제1호의 면소판결 사유인 “확정판결이 있은 사건과 동일사건”의 의미, 특히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 외에 규범적 요소까지 고려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헌법」 [법령:대한민국헌법/제13조] 제1항의 이중처벌금지 원칙과 [법령:형사소송법/제326조] 제1호의 면소사유는 두 사건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면서, 그 동일성 판단은 규범적 요소를 전적으로 배제한 채 순수하게 사회적·전법률적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 없고, 자연적·사회적 사실관계나 피고인의 행위가 동일한지 외에 규범적 요소도 그 실질적 내용의 일부를 이룬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는 비록 범행일시가 근접하고 장물취득의 목적물이 강도상해죄의 강취물 일부와 일치하지만, 범행의 일시·장소가 서로 다르고, 강도상해죄는 폭행으로 상해를 입혀 재물을 강취하는 것임에 반하여 장물취득죄는 강도상해 범행이 완료된 이후 그 정범이 아닌 자가 다른 장소에서 장물을 교부받는 것으로서 수단·방법·상대방 등 범죄사실의 내용과 행위태양, 피해법익, 죄질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양 죄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어, 장물취득죄 확정판결의 기판력은 이 사건 강도상해 공소사실에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법령:형사소송법/제383조]). 이에 대해서는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 판단 시 규범적 요소를 고려해서는 안 되며, 종래 장물양여죄와 절도죄 사이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한 선례([판례:64도664])에 비추어 동일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6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공소사실의 동일성 판단 기준에 관하여, 기존의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설’을 유지하면서도 그 판단요소에 ‘규범적 요소’를 포함시킨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종래 학설과 판례는 자연적·전법률적 사실관계만을 기준으로 동일성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본 판결은 형사소송법상 동일성 개념이 가지는 소송법적 기능, 즉 피고인의 법적 안정성 보호와 국가 형벌권의 적정한 행사 사이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규범적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 결과 강도(상해)죄와 장물죄는 행위태양·피해법익·죄질에 현저한 차이가 있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부정되며, 별개 사건으로 처벌하더라도 [법령:대한민국헌법/제13조] 제1항의 일사부재리 원칙이나 [법령:형사소송법/제326조] 제1호의 면소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본 판결은 이후 공소사실 동일성·기판력의 객관적 범위를 판단하는 일반 기준으로 자리 잡아, 절도와 장물, 강도와 장물 등 결합범·연관범죄 간 동일성 여부를 가르는 실무 지침이 되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대한민국헌법/제13조] — 이중처벌금지 원칙
- [법령:형사소송법/제326조] — 면소판결 사유
- [법령:형사소송법/제298조] — 공소장변경과 공소사실의 동일성
- [법령:형사소송법/제383조] — 상고이유
- [법령:형법/제337조] — 강도상해
- [법령:형법/제362조] — 장물취득
- [판례:64도664] — 장물양여죄와 절도죄 사이의 공소사실 동일성 인정례(반대의견 인용)
- [판례:82도2156] — 기본적 사실관계 동일성의 개별·구체적 판단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