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129294 약속어음금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주식회사 조흥은행을 상대로 약속어음과 관련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금 42,000,000원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원심은 피고에게 위 손해배상금에 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1983년 11월 29일부터 원심판결선고일인 1986년 7월 25일까지는 민사법정이율인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하는 법정이율인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에 원고는 사실심 판결선고일 이후가 아닌 그 이전부터 특례법상 법정이율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상고하였다.
쟁점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정한 "채무자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때"의 "상당한 범위"가 ①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이행의무의 범위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②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를 의미하는지가 문제된다. 즉, 사실심 판결선고 이후에도 동조 제1항의 높은 법정이율 적용이 배제될 수 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령: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제3조] 제2항 후단의 "그 상당한 범위"는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이행의무의 범위"가 아니라 "채무자가 항쟁함에 상당한 기간의 범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채무자가 사실심에서 항쟁할 수 있는 기간은 당해 사건의 사실심 판결선고시까지로 보아야 하고, 그 선고 이후에는 어떠한 이유로든 동법 제3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여기서의 사실심은 제1심 또는 항소심을 의미하므로,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이 채무자에게 송달된 다음날부터 그 심급의 판결선고 전까지의 범위 내에서 법원이 적절히 그 기간을 정할 수 있고, 객관적 병합소송에서는 각 소송물마다 위 법리가 적용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해석은 [법령:민법/제397조]가 정하는 금전채무 불이행 손해배상의 특칙이 갖는 한계, 즉 낮은 법정이율을 이용한 채무이행 지연이나 상소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동법 제3조가 도입된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이에 종전 판례인 [판례:85다카229]와 [판례:84다카365]는 이행의무의 존부·범위에 관한 항쟁이 상당하면 사실심 판결선고 후에도 동법 제3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였으므로 이를 변경하였다. 결국 원심이 피고의 항쟁 상당기간을 원심판결선고시까지로 인정하여 그 이후부터 연 2할 5푼의 지연손해금을 명한 것은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2항의 "상당한 범위"의 의미를 "이행의무의 범위"가 아닌 "기간의 범위"로 명확히 정립한 전원합의체 성격의 판례 변경이다. 이는 동법 제3조 제1항이 갖는 두 가지 기능, 즉 채권자의 실손해 배상 기능과 악의적 채무자에 대한 벌칙 기능을 균형 있게 구현하기 위한 해석이다. 종래에는 항쟁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사실심 판결선고 후에도 특례법상 고율이 배제되어 채무자가 상소를 통해 이행을 지연시킬 유인이 컸으나, 본 판결로 인해 사실심에서 이행의무가 확정된 이후부터는 일률적으로 특례법상 법정이율이 적용되게 되었다. 이로써 소송지연 방지와 채권자 보호라는 입법목적이 실효적으로 달성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민법/제397조] (금전채무불이행에 대한 특칙)
- [법령: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제3조] (법정이율)
- [판례:83다카875] (항쟁의 상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선례)
- [판례:85다카229] (본 판결로 변경된 종전 판례)
- [판례:84다카365] (본 판결로 변경된 종전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