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194574 손해배상(기)
사실관계
원고 회사는 병원 개설 장소, 의료기기와 설비 등 자본, 인력, 경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신장병 전문의인 피고는 기존 환자 등 영업상의 무형자산과 전문의로서의 기능 및 명성을 제공하여, 양 당사자가 공동으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한 후 그 수입을 일정 비율로 배분하기로 하는 동업약정을 체결하였다. 또한 위 동업계약의 이행을 위한 부수약정으로서, 병원 운영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의 양수도 및 개발계약도 함께 체결되었으며, 피고는 자신이 보유하던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을 원고에게 양도하였다. 이후 분쟁이 발생하자 원고는 손해배상을 구하는 본소를, 피고는 반소를 제기하였고, 원심은 원·피고 사이의 계약이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목적으로 체결한 약정으로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쟁점
첫째,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닌 자가 의료기관 개설을 목적으로 체결한 동업약정이 [법령:의료법/제33조] 제2항(구 의료법 제30조 제2항)을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이다. 둘째, 주된 동업계약이 무효인 경우 그 이행을 위한 부수약정인 소프트웨어 양수도 및 개발계약도 함께 무효가 되는지 여부이다. 셋째,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이다. 넷째, 저작권 양도계약이 무효인 경우 저작권 이전 효과 및 부당이득반환의 범위에 관한 문제이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의료법이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법령:의료법/제33조] 제2항은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과 영리 목적 의료기관 개설로 인한 국민건강상의 위험 방지를 위한 강행법규에 해당하므로, 이에 위반한 약정은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위반행위는 [법령:의료법/제87조의2]에 따라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범죄행위로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는 반사회성을 띠고 있다는 점([판례:2001도2015] 참조)도 함께 고려되었다. 또한 주계약인 동업계약이 무효인 이상, 그 이행을 위한 필수적 부수약정으로서 주계약 없이는 체결되지 않았을 소프트웨어 양수도 및 개발계약 역시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한편 [법령:민법/제2조]에서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령에 위반되어 무효임을 알고서도 법률행위를 한 자가 강행법규 위반을 이유로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다([판례:99다4405], [판례:99다53490], [판례:2001다67126] 참조). 끝으로, 컴퓨터 프로그램 저작권은 양도계약이 무효이면 처음부터 이전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양도된 저작권의 가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제기된 피고의 상계항변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의 및 해설
이 판결은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제한하는 [법령:의료법/제33조] 제2항이 단순한 단속규정이 아니라 사법상 효력까지 부정되는 강행법규임을 명확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 이른바 '사무장 병원'과 같이 비의료인이 자본을 투입하고 의료인을 형식적으로 내세워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형태의 동업·투자 약정은 그 명칭이나 외형과 무관하게 사법상 무효로 평가됨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주계약이 무효인 경우 그에 종속된 부수약정도 함께 무효로 보는 일부무효 법리([법령:민법/제137조])의 적용 기준을 제시하였고, 강행법규 위반을 안 당사자가 스스로 무효를 주장하더라도 이를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종래 판례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나아가 저작권 양도계약이 무효인 경우 양도의 효력이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으므로, 가액 반환을 전제로 한 상계항변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하여, 강행법규 위반 무효 약정의 청산관계에서 부당이득반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의료법/제33조] — 의료기관 개설자격 제한
- [법령:의료법/제87조의2] — 무자격자 의료기관 개설에 대한 벌칙
- [법령:민법/제2조] — 신의성실의 원칙
- [법령:민법/제137조] — 법률행위의 일부무효
- [법령:민법/제741조] — 부당이득의 반환
- [판례:2001도2015] —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의 반사회성
- [판례:99다4405] — 강행법규 위반자의 무효 주장과 신의칙
- [판례:99다53490] — 강행법규 위반과 신의칙·금반언
- [판례:2001다67126] — 강행법규 위반 무효 주장의 신의칙 위반 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