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229805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배임)·부정수표단속법위반·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수수·뇌물공여·사기·배임수재·배임증재
사실관계
피고인 1은 그룹의 회장 겸 모회사인 주식회사 1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2는 그룹의 부회장 겸 종합조정실장으로서 16개 계열회사의 경영과 자금에 관한 주요정책을 수립·집행해 왔다. 주식회사 1은 1991년 이후 외부차입금에 의존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1994년경에는 보유자산 약 8,598억 원에 대해 순부채액이 7,111억 원에 이르렀고, 경상이익을 훨씬 초과하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정상적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피고인들은 이러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계열회사 대표이사들에게 지시하여 계열회사 자금을 모회사인 주식회사 1에 대여·지원하도록 하였고, 이 과정에서 계열회사 이사회 결의나 채권회수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또한 주식회사 2가 사옥을 매입할 때, 그 부동산에는 이미 주식회사 1의 대구은행 차용금을 담보하기 위한 시가의 2배를 상회하는 채권최고액 330억 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었음에도 이를 소멸시킬 조치 없이 매매대금 대부분을 주식회사 1에 지급하였다. 한편 피고인 1은 1993년경부터 1997년경까지 31회에 걸쳐 가지급금 명목 등으로 변칙 회계처리하여 인출하거나 비자금으로 조성한 주식회사 1 자금 약 760억 원을 주식취득자금·주택분양대금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였고, 철도청·대구광역시와 공동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인 주식회사 3의 자본금과 시설분담금을 그 엄격히 제한된 용도와 달리 주식회사 1에 대여금 명목으로 유용하게 하였다.
쟁점
첫째, 모회사의 자금난 해소를 위한 계열회사 자금의 무담보 대여·지원 행위가 계열회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하는지, 그리고 이를 단순한 경영판단으로 면책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둘째, 그룹 회장과 계열회사 대표이사 사이에 명시적 모의가 없더라도 공동정범 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셋째,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특수목적법인의 자본금·분담금을 다른 회사 지원에 사용한 경우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넷째, 예금이나 지급확보책 없이 수표를 발행한 행위가 「부정수표 단속법」 제2조 제2항 위반죄를 구성하는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령:형법/제356조]의 업무상 배임에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란 법률·계약·신의칙상 당연히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행위를 함으로써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회사 이사가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타인에게 충분한 담보 없이 만연히 자금을 대여한 경우 이는 배임행위에 해당하며, 이러한 법리는 그 타인이 계열회사라고 하여 달라지지 않고 단순한 경영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책될 수 없다고 보아 [판례:90도1885]·[판례:99도1141]을 원용하였다. 또한 [법령:형법/제30조]의 공동정범에 관한 공모는 어떤 정형을 요하지 않고 순차적·암묵적 의사결합만으로 성립하므로([판례:99도636] 참조), 실행행위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피고인들도 계열회사 대표이사들과 공범으로서 [법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제3조] 위반(배임)죄의 죄책을 진다고 판단하였다. 주식회사 2 사옥 매입 건 역시 거액의 근저당권을 그대로 둔 채 매매대금 대부분을 주식회사 1에 지급한 것은 자금지원의 방편으로서 배임행위가 된다고 보았다. 업무상 횡령에 관하여는,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그 제한된 용도 외 목적으로 사용한 것은 비록 결과적으로 위탁자에게 이익이 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이라는 [판례:96도8]·[판례:98도4088]의 법리에 따라, 주식회사 3의 자본금·시설분담금을 주식회사 1 자금지원에 유용한 행위는 [법령:형법/제356조]·[법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제3조]상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부정수표단속법 위반 부분에 관하여는, 수표금액에 상당한 예금이나 지급확보책 없이 수표를 발행하여 제시일에 지급되지 아니한 결과를 발생케 하였다면 [법령:부정수표_단속법/제2조] 제2항 위반죄에 해당한다는 [판례:85도1862]·[판례:85도1518]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외환위기 전후 재벌 그룹 총수의 계열회사 자금 운용 관행에 대해 형사책임의 한계를 명확히 한 대표적 판례이다. 특히 '경영판단의 원칙'을 들어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에 대해,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한 자에게 충분한 담보나 합리적 채권회수조치 없이 자금을 대여한 경우에는 그것이 계열회사 지원이라 하더라도 배임행위로 평가된다고 판시하여, 그룹 단위 자금이전을 단순한 경영적 결단으로 정당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또한 명시적 합의가 없더라도 그룹 총수의 지시와 계열사 임원의 실행이 순차적·암묵적으로 결합하면 [법령:형법/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고 보아, 이른바 '오너 리스크'에 대한 형사적 귀속 구조를 정립하였다. 용도제한 자금의 유용에 관하여는 결과적 본인 이익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함으로써, 특수목적법인이나 보조금 등 목적이 한정된 자금의 보호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 판결의 법리는 이후 재벌 총수에 대한 횡령·배임 사건에서 일관되게 원용되어 왔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형법/제30조] (공동정범)
- [법령:형법/제355조] (횡령, 배임)
- [법령:형법/제356조] (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 [법령: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제3조] (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 [법령:부정수표_단속법/제2조] (부정수표 발행인의 형사책임)
- [판례:90도1885] (계열회사 자금지원과 배임)
- [판례:99도1141] (이사의 자금대여와 배임행위)
- [판례:99도636] (공동정범에서의 암묵적 공모)
- [판례:96도8] (용도제한 자금의 유용과 불법영득의사)
- [판례:98도4088] (위탁받은 자금의 목적 외 사용과 횡령죄)
- [판례:85도1862] (부정수표단속법 제2조 제2항의 성립요건)
- [판례:85도1518] (예금확보 없는 수표발행과 부정수표단속법 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