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229943 출판물에의한명예훼손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지역 신문에 게재한 기사에서, 시장(市長)인 피해자가 추진하던 시(市)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과 매년 10월 1일을 시민의 날로 고수하는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을 다루었다. 신문 표지에는 일장기를 배경으로 피해자가 두 손을 모아 쥐고 있는 모습의 합성사진과 함께 적색 대형문자로 "친일매국"이라는 문구, "피해자 역사관 확인수순"이라는 제목 아래 "(1) ○○○ 회장 (2) 향토사학자 해직 (3) 10월 1일 시민의 날 고수"라는 소제목이 기재되었다. 본문 제58쪽에는 시문화원 전 사무국장 공소외인이 시 개항이 일본 영사의 종용에 의한 것이라는 문제제기를 지속하다가 민선시장 출범 후 강제 해직되었다는 취지의 기사가 게재되었다. 당시 시지역에서는 개항 100주년 기념사업의 정당성을 둘러싸고 피해자측과 향토사가들 사이에 지속적인 논쟁과 알력이 존재하였다. 검사는 위 합성사진과 "친일매국" 문구 자체가 별도의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보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기소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쟁점
첫째, 신문 기사 중 합성사진의 영상과 "친일매국"이라는 문구가 단순한 의견·논평의 표명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별도의 사실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둘째, 언론매체의 표현행위가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명인지를 구별하는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가 쟁점이다. 셋째, 적시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 형법 제309조의 비방 목적이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다투어졌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령:형법/제307조]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그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판례:94도1770] 참조). 언론매체의 표현이 사실 적시인지 의견·논평인지 여부, 의견 표명이라면 그 전제가 되는 사실을 묵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지 여부의 구별은 일반 독자가 보통의 주의로 기사를 접하는 방법을 전제로 어휘의 통상적 의미, 기사의 전체적 흐름, 문구의 연결 방법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기사가 게재된 문맥 및 사회적 배경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판례:98다31356]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이 사건 기사는 표지에서 "향토사학자 해직", "10월 1일 시민의 날 고수" 등 개괄적 사실을 적시하고 본문에서 그 구체적 내용을 적시한 다음, 이를 기초로 향토사가들의 입장에 찬동하는 의견·논평을 표명하면서 합성사진과 "친일매국"이라는 구호를 통해 시각적·상징적 수법으로 이를 강조한 구조를 취한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합성사진의 영상이나 "친일매국" 문구가 피해자가 일장기 앞에서 충성을 맹세하였다거나 과거 친일매국 행위를 하였다는 별도 사실을 적시 또는 암시한 것으로 볼 여지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법령:형법/제310조]의 '진실한 사실'은 그 내용 전체의 취지에 비추어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면 족하고, '공공의 이익'에는 특정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되며, 주된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 사익 동기가 있더라도 위 조항의 적용이 배제되지 아니한다고 보았다([판례:97도158] 참조). 또한 [법령:형법/제309조]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 주관적 의도의 방향이 상반되므로, 적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고 판시하면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언론매체의 표현행위에 관하여 사실 적시와 의견·논평을 구별하는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면서, 합성사진이나 상징적 구호와 같은 시각적·압축적 표현 수법이 동원된 경우에도 그것이 별도의 사실 적시인지 여부를 기사 전체의 문맥과 구조 속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를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 특히 합성사진과 "친일매국"이라는 자극적 구호가 사용되었음에도 이를 본문에서 적시된 기초사실에 대한 의견·논평을 강조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본 점은, 풍자적·비유적 언론 표현의 평가에 있어 중요한 선례가 된다. 또한 [법령:형법/제310조]의 공공의 이익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고, 공공의 이익이 인정되는 경우 [법령:형법/제309조]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비방 목적이 원칙적으로 부인된다고 본 점에서, 공직자의 공적 활동에 대한 언론·표현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하는 취지를 분명히 하였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형법/제307조] 명예훼손
- [법령:형법/제309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 [법령:형법/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 [법령:헌법/제21조] 언론·출판의 자유
- [판례:94도1770] 사실 적시의 구체성 요건
- [판례:98다31356] 언론매체의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의 구별 기준
- [판례:97도158] 공공의 이익과 비방 목적의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