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602017 국가보안법위반
사실관계
피고인은 노동조합 홍보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임금의 기초이론」,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 「새벽 6호」 등 표현물을 취득·소지하거나 제작·반포하였다. 「임금의 기초이론」은 자유경제체제의 붕괴와 임금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노동자계급의 자본가계급에 대한 투쟁을 선동하는 내용이고, 「미국, 누구를 위한 미국인가?」는 대한민국을 미국의 식민지 정부로 규정하여 그 정통성을 부정하는 한편 북한 정권의 정통성을 시인하는 내용이며, 「새벽 6호」는 반독재민주화투쟁과 조국통일운동을 결부시켜 한국사회의 변혁과 비합법적 대중조직 건설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피고인은 임금협상 대비, 노조활동 참고, 학문적 검토 등의 목적이었을 뿐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구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제1항을 적용하여 유죄를 선고하였고, 이에 피고인이 상고하였다.
쟁점
첫째, 위 각 표현물이 구 국가보안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었다. 둘째, 국가보안법 제7조 제5항 위반죄가 목적범인 경우 그 「이적행위 목적」의 인식 정도와 입증의 방법, 즉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목적이 인정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위 각 표현물이 대한민국의 안전과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는 적극적·공격적 표현으로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아 [법령:국가보안법/제7조] 제5항, 제1항을 적용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동조 제5항 위반죄는 고의 외에 별도의 초과주관적 위법요소인 「목적」을 요하는 목적범이지만, 그 목적은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까지는 필요 없고 미필적 인식으로 족하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행위자가 표현물의 이적성을 인식하고 취득·소지·제작·반포한 이상 이적행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미필적 인식이 추정되며, 학문연구나 영리·호기심 등 이적목적이 없었다고 볼 자료가 나타나지 않는 한 목적 요건은 충족된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지식수준과 노조홍보부장이라는 직책 등에 비추어 미필적 인식으로서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한편 대법관 이회창, 이재성, 배만운은 「적극적·공격적 표현」, 「표현의 자유의 한계」라는 다수의견의 판단기준이 추상적이어서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반대의견을 개진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법령:국가보안법/제7조] 제5항 위반죄가 목적범임을 명확히 하면서도, 그 목적의 인식 정도를 미필적 인식만으로 충족된다고 보아 사실상 목적의 입증부담을 완화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표현물의 이적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하면서 취득·소지·제작·반포한 경우에는 이적목적의 부존재를 시사하는 별다른 자료가 없는 한 목적이 추정되므로, 행위자 측에 반증의 부담이 사실상 전이되는 결과가 된다. 다만 본 판결의 다수의견이 제시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적극적·공격적 표현」이라는 불법성 판단기준은 그 자체로 추상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이러한 문제의식은 이후 표현물의 이적성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성」을 갖춘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한 일련의 후속 판결([판례:99도4341] 등)을 통해 보완되었다. [법령:대한민국헌법/제2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법령:국가보안법/제1조]의 입법목적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 하는 본질적 문제를 부각시킨 판결로 평가된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국가보안법/제1조]
- [법령:국가보안법/제7조]
- [법령:대한민국헌법/제21조]
- [법령:형법/제13조]
- [판례:99도4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