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604737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횡령·증재등·알선수재)·사기·제3자뇌물취득·제3자뇌물교부·뇌물공여·상호신용금고법위반(일부인정된죄명:배임)·부정수표단속법위반
사실관계
피고인 D는 국회의원으로서 1993년 3월경, 같은 해 12월경, 1996년 3월경 세 차례에 걸쳐 상피고인 C로부터 N그룹의 사업에 관한 의정활동상 편의 제공을 부탁받으며 청탁금 명목으로 금원을 교부받았다. 부탁의 취지는 피고인이 의정활동을 통하여 N그룹을 도와주고,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N그룹을 문제 삼지 않도록 하여 국회에서 N그룹 관련 문제가 제기되지 않게 하여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피고인이 소속된 상임위원회는 국방위원회나 행정위원회 등으로 N그룹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위원회는 아니었다. 한편 피고인 E는 국회 F위원회 위원장으로서 1996년 10월경 상피고인 C로부터 금융기관에 청탁하여 공소외 I 주식회사의 시설자금 대출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고, 평소 알고 지내던 K은행 총재 L에게 적극 검토를 청탁한 결과 I가 500억 원의 지급보증을 받게 되자 그 사례금으로 현금 2억 원을 수수하였다. 제1심과 원심은 위 각 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들과 검사가 상고하였다.
쟁점
첫째,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통한 포괄적 편의 제공을 부탁받고 금원을 수수한 경우, 그 금원이 어느 직무행위와 대가관계에 있는지 특정되지 않더라도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둘째, 소속 상임위원회의 소관 사항이 아닌 다른 동료 의원의 의정활동에 관여하는 행위가 국회의원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셋째, 정치자금 명목으로 교부된 금품에 직무 대가성이 인정될 경우 뇌물의 성격을 함께 가질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넷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7조의 알선수재죄에서 말하는 '알선'의 개념과 청탁 전달행위가 이에 포섭되는지 여부가 다투어졌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 즉 직무수행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전제에서, 공무원의 직무와 금원 수수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개별 직무행위에 대한 청탁의 유무나 직무행위의 특정 여부를 따질 필요 없이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하였다([법령:형법/제129조]). 또한 뇌물죄에서의 '직무'에는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뿐 아니라 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관례상·사실상 소관하는 직무행위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의안 심의·표결권 행사의 연장선상에서 다른 동료 의원에게 일정한 의정활동을 하도록 권유·설득하는 행위 역시 직무권한 행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라고 평가하여, 소속 위원회가 N그룹과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의정활동을 통하여 N그룹을 도와달라는 취지로 받은 금원은 직무에 관한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정치자금·선거자금 명목의 금품이라 하더라도 정치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의 성격을 잃지 않는다고 하여, 일부 정치자금적 성격이 혼재되어 있더라도 결론에 영향이 없다고 보았다. 한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7조의 '알선'은 일정한 사항에 관하여 어떤 사람과 그 상대방 사이에 서서 중개하거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청탁의 취지를 상대방에게 전하거나 대신 청탁하는 행위 또한 알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E의 알선수재죄 성립을 인정하였다. 아울러 단일하고 계속된 범의 아래 동종 범행을 일정 기간 반복하고 피해법익이 동일한 경우에는 포괄일죄가 되나, 범의의 단일성·계속성이 인정되지 않는 때에는 각 범행마다 별개의 죄가 성립한다고 하여 일부 금품수수는 포괄일죄로, 다른 금품수수는 경합범으로 처단함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다([판례:89도1334]).
의의 및 해설
이 판결은 국회의원의 의정활동과 관련된 금품수수에 대하여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한 대표적 선례이다. 국회의원의 직무는 헌법상 부여된 의안의 심의·표결권([법령:대한민국헌법/제40조], [법령:대한민국헌법/제49조])을 중심으로 하되, 동료 의원에 대한 권유·설득과 같이 그 권한 행사와 밀접하게 결부된 행위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로써 소속 상임위원회의 소관 사무인지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의정활동 전반과 대가관계에 있는 금품을 수수하면 뇌물성이 인정되어, 직무관련성을 좁게 해석하여 처벌 공백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였다. 또한 정치자금이라는 외관을 갖추었더라도 직무행위와의 대가성이라는 실체가 있다면 뇌물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음을 재확인하여, 정치인의 부패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실효성을 강화하였다. 알선수재죄의 '알선' 개념을 청탁 전달 또는 대리 청탁 행위까지 포섭한 부분은, 금융기관 임직원의 직무에 관한 부정한 청탁 구조에서 중간 매개자의 형사책임을 명확히 한 의미가 있다([법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7조]). 포괄일죄와 경합범의 구별 기준에 관한 판시 또한 동종 범행이 반복된 사안에서 죄수 판단의 기준을 재확인한 것으로, 이후 뇌물·알선수재 사건의 죄수 처리 실무에 지속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형법/제129조] (수뢰, 사전수뢰)
- [법령:형법/제37조] (경합범)
- [법령:대한민국헌법/제40조] (입법권)
- [법령:대한민국헌법/제49조] (의결정족수와 의결방법)
- [법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7조] (알선수재)
- [법령: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
- [판례:89도1334] (포괄일죄와 경합범의 구별 기준)
- [판례:96도3378] (직무와 금원 수수의 전체적 대가관계와 뇌물수수죄의 성립)
- [판례:80도1373] (뇌물죄에서의 '직무'의 범위)
- [판례:87도1561] (양형부당만을 항소이유로 한 경우 상고이유의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