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604739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방조)
사실관계
피고인은 전직 대통령 C의 재임 기간 중 그를 보좌하는 지위에 있던 자로, C가 다수의 기업인들로부터 거액의 금원을 수수하는 과정에 관여하였다. 해당 금원은 정치자금·선거자금·성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교부되었으며, 일부 기업인은 실제로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피고인은 공소외 D로부터 별도로 금원을 수수하였는데, 그 금원은 피고인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뿐 아니라 결정권자인 대통령을 보좌·영향을 미치는 직무와 관련하여 교부된 것이었다. 검찰은 피고인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뇌물방조)으로 기소하였고, 제1심과 원심(서울고법 1996. 12. 16. 선고 96노1894 판결)은 모두 유죄를 인정하였다.
쟁점
첫째, 정치자금·선거자금·성금 등의 명목으로 수수된 금품도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성이 인정되는 경우 뇌물로 평가될 수 있는지, 그리고 뇌물성 인정에 개별 직무행위의 특정이나 청탁·의무위반의 존재가 필요한지가 문제되었다. 둘째, 뇌물수수죄에서의 '직무'에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뿐 아니라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실상의 직무행위까지 포함되는지가 다투어졌다. 셋째, 당시 피고인에게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결여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성과 그에 대한 사회의 신뢰, 즉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수수된 금품이 직무에 관한 것이면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의 대가관계나 직무행위의 특정, 청탁이나 부정행위의 존재는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법령:형법/제129조]). 정치자금·선거자금·성금 등의 명목으로 교부된 금품이라 하더라도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 한 뇌물성을 잃지 아니하므로, 기업인들의 실제 특혜 수령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 수수된 이상 모두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아 피고인을 수뢰방조범으로 인정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또한 뇌물수수죄에서의 '직무'는 법령상 관장 직무뿐 아니라 그와 관련하여 사실상 처리하고 있는 행위, 나아가 결정권자를 보좌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직무행위까지 포함된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이 D로부터 수수한 금원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을 인정하였다. 적법행위의 기대가능성이 없었다는 주장도 배척하여, 결국 상고를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이른바 '비자금 사건'의 핵심 법리로, 뇌물죄의 보호법익을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으로 명확히 선언하고 뇌물성 판단에 있어 청탁·의무위반·직무행위의 특정 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종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정치자금이나 선거자금과 같이 외형상 적법한 명목을 갖춘 금품이라도 그것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갖는다면 뇌물로 포섭됨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자금의 형식을 빌린 부정한 금품수수에 대한 엄정한 형사적 평가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또한 뇌물죄에서의 '직무' 개념을 법령상 관장 사항에 한정하지 않고 사실상 처리하는 행위 및 결정권자에 대한 보좌·영향 행위까지 확장하여, 대통령 측근 등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부패행위를 포섭하는 해석론을 정착시켰다. 이러한 법리는 이후 [판례:2010도17797] 등 정치자금과 뇌물의 경계를 다룬 사건에서도 기본 준거로 원용되고 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형법/제129조] (수뢰, 사전수뢰)
- [법령:형법/제32조] (종범)
- [법령: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
- [법령:정치자금법/제2조] (정치자금의 의의)
- [판례:2010도17797]
- [판례:2000도18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