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60477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뇌물방조·알선수재)·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저축관련부당행위)·뇌물공여·업무방해
사실관계
피고인 A, D는 대기업을 경영하면서 당시 대통령직에 있던 H에게 다액의 금원을 공여하였고, 피고인 E는 전직 대통령 I 및 H가 기업인들로부터 금원을 수수하는 행위를 방조하였다. 피고인 C는 대통령비서실 소속 고위직에 있으면서 H의 뇌물수수를 방조하는 한편, 자신도 시중은행장 N으로부터 저축 관련 금품을 수수하고,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기업인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하였다. 피고인 A, D는 위 H에게 금원을 공여한 취지가 기업경영과 관련된 경제정책의 결정·집행, 금융·세제 운용에 있어 우대 또는 불이익 회피, 국책사업 우선 참여를 위한 영향력 행사를 받기 위함이었다고 인정되었다.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한 각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고, 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상고하였다.
쟁점
첫째,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 등이 대통령의 직무권한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둘째, 정치자금·성금 등의 명목으로 수수된 금품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경우에도 뇌물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며, 뇌물죄에서 직무행위가 특정되거나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관계가 있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셋째, 종범에 대한 공소사실에 정범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을 인용 형식으로 기재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령:대한민국헌법/제66조] 및 [법령:정부조직법/제11조]에 비추어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고 재정·경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최종 결정하며 소관 행정 각 부의 장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인허가·금융지원·세무조사 등에 대하여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 국책사업의 사업자 선정도 대통령의 직무범위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직무에 관하여 금품이 공여된 이상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법령:형법/제129조] 및 [법령:형법/제133조]의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고 하였다. 또한 뇌물죄는 직무집행의 공정과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의무위반행위나 청탁의 유무를 별도로 요하지 아니하며, 뇌물은 공무원의 직무에 관하여 수수되면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고 그 직무행위가 특정되어 있을 필요도 없다고 판시하였다([판례:94도1017] 참조). 정치자금·선거자금·성금 등의 명목으로 수수된 금품이라도 정치인인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실체를 가지는 한 뇌물성을 잃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종범에 대한 공소사실 기재에 관하여는 다른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를 인용하여 정범의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였다면 [법령:형사소송법/제323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대통령의 직무범위를 헌법상 행정수반의 지위와 관계 법령에 근거하여 폭넓게 인정하고, 소관 부처의 장에게 위임된 사항에 대하여도 직접·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의 직무관련성을 광범위하게 긍정한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이른바 '포괄적 뇌물죄' 법리를 명확히 하여, 직무행위의 특정 여부나 개별 청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직무 전반에 관하여 우대 또는 불이익 회피를 기대하면서 공여된 금품 전체를 뇌물로 평가하였다. 또한 정치자금이나 성금이라는 외관을 갖추었더라도 그 실질이 공무원의 직무행위에 대한 대가라면 뇌물성이 인정된다고 함으로써, 정치자금과 뇌물의 구별 기준이 외형이 아니라 실체에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종범의 공소사실 기재에서 정범의 구성요건사실을 인용 방식으로 적시하는 것을 허용함으로써 [법령:형사소송법/제254조]가 요구하는 공소사실 특정의 정도에 관한 실무 지침을 제시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본 판결은 이후 고위공직자 부패사건에서 직무관련성 및 대가성 판단의 기준으로 반복적으로 인용되고 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대한민국헌법/제66조] (대통령의 지위)
- [법령:정부조직법/제11조] (대통령의 행정감독권)
- [법령:형법/제129조] (수뢰, 사전수뢰)
- [법령:형법/제130조] (제3자뇌물제공)
- [법령:형법/제133조] (뇌물공여등)
- [법령:형법/제32조] (종범)
- [법령: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2조] (뇌물죄의 가중처벌)
- [법령: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3조] (알선수재)
- [법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9조] (저축 관련 부당행위)
- [법령:형사소송법/제254조] (공소제기의 방식과 공소장)
- [법령:형사소송법/제323조] (유죄판결에 명시될 이유)
- [판례:94도1017] (뇌물죄의 보호법익 및 직무관련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