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605631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증권거래법위반·종합금융회사에관한법률위반·상호신용금고법위반·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사실관계
피고인은 자신이 경영하는 D회사를 통하여 코스닥 상장사 E회사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외국 법인 G가 E의 대주주 지분 약 28.6%(시가 약 104억 원 상당)를 미화 10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중개하였다. 같은 날 피고인은 D의 자회사 J 명의로 E가 차명 보유하던 자사주 620만 주(시가 약 74억 원)를 204억 원에 매수하면서, 매수대금 200억 원을 E의 자회사 K로부터 차입하여 충당하였다. G는 위 계약 당시 실재하지 않는 회사였고, 계약 20일 후 자본금 5만 프랑에 불과한 소규모 무역회사의 상호를 변경하여 비로소 외관을 갖추었으며, G가 인수한 주식과 E에 관한 모든 경영권은 즉시 D에게 위임되어 사실상 피고인이 E를 장악하였다. 피고인은 계약 직후 임직원 등을 통하여 "외국 은행 컨소시엄이 E의 대주주 지분을 매수하였고 3,000만 달러를 증자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게 하였고, 그 무렵 D의 다른 자회사 P를 통하여 E 주식 15만 주를 매수하였다. 이러한 발표 이후 E의 주가는 1,200원에서 2,090원으로 급등하였다.
쟁점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 제1호가 정한 "부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허위사실을 유포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부당한 이득"의 개념에 유가증권 처분으로 인한 유형적·개인적 경제적 이익 외에 경영권 확보·신인도 제고와 같은 무형적 이익이나 장래의 이득까지 포함되는지가 쟁점이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사기적 부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법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8조]의 전신인 구 증권거래법 제188조의4 제4항의 입법취지가 개별 투자자의 이익뿐만 아니라 증권시장 전체에 대한 일반 투자자의 신뢰를 보호하는 데 있다고 전제하였다. 이에 따라 거래 관련성·허위성·부당이득 도모 여부는 행위자의 지위, 발행회사의 경영상태와 주가 동향, 행위 전후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객관적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어야 한다고 보았다([판례:2000도4444]). 나아가 같은 항이 정한 "부당한 이득"은 유가증권 처분으로 인한 개인적·유형적 경제적 이익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기업의 경영권 획득, 지배권 확보, 회사 내 지위 상승 등 무형적 이익과 적극적 이득은 물론, 손실 회피와 같은 소극적 이득 및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장래의 이득까지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라고 판시하였다. 피고인은 G를 외국자본 유입을 가장하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로 내세웠을 뿐 사실상 E 주식 전체를 인수한 자였고, 허위의 증자 계획 발표를 통하여 자회사 P가 매수한 주식의 주가 상승이라는 유형적 이득과 새로 인수한 회사의 신인도 제고라는 무형적 이득을 함께 도모한 것으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부당이득을 얻을 범의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주식 처분이 일정 기간 제한된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결론은 달라지지 아니한다고 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이 판결은 증권시장의 사기적 부정거래에서 처벌의 핵심 요건인 "부당한 이득"의 외연을 명확히 확장한 선례적 판단이다. 종래 부당이득은 주식 매도차익과 같은 직접적·금전적 이익을 중심으로 이해되는 경향이 있었으나, 본 판결은 경영권 확보, 회사 신인도 제고, 손실 회피와 같이 정량화하기 어려운 무형적·소극적·장래적 이익까지 포괄한다고 선언함으로써 처벌 범위를 실질화하였다. 특히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한 외자유치 가장 사례에서 행위자의 진정한 동기를 객관적 정황을 통하여 추단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이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사건에서 부당이득 요건의 해석 기준으로 폭넓게 원용되고 있다. 현행 [법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8조] 및 [법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443조]의 사기적 부정거래·시세조종 처벌조항의 해석에 있어서도 동일한 법리가 유지되고 있어, 무자본 M&A와 결합한 허위사실 유포 사안의 형사책임 판단에 중요한 지침이 된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8조] (부정거래행위 등의 금지)
- [법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176조] (시세조종행위 등의 금지)
- [법령: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제443조] (벌칙)
- [법령:형법/제355조] (횡령, 배임)
- [법령: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3조] (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 [판례:2000도4444] (사기적 부정거래의 객관적 판단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