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81224 손해배상(기)
사실관계
피고 주식회사 한국논단은 월간지 「한국논단」을 발행하는 회사이고, 피고 2는 발행인 겸 편집인, 피고 3은 소속 기자이다. 피고들은 1997년 2월호·3월호·8월호에 걸쳐 원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현대자동차노동조합, 대우자동차노동조합, 기아자동차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인권운동사랑방 등 9개 시민·노동·법조 단체를 대상으로 한 기사를 게재하였다. 기사들은 원고들이 "노동당운동"·"좌익불법단체"·"공산게릴라식 빨치산 투쟁"·"김일성의 교시와 유훈에 충실"·"대한민국 체제파괴활동"·"친북 이적활동"·"공산당" 등의 표현으로 지칭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원고 민노총·현대노조·대우노조·기아노조 등에 대해서는 노조간부들이 기밀비·직무판공비·의전활동비 등을 거둬 호화생활을 하고, 한총련 등에 거액의 자금을 지원한다는 등 구체적 금액을 적시한 보도가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들은 위 각 기사가 명예를 훼손한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였고, 원심은 원고들 청구를 모두 인용하였다.
쟁점
신문·잡지의 기사가 의견 표명을 넘어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그리고 적시된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 또는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및 그 증명 정도가 문제되었다. 특히 노동조합의 재정 운영(기밀비·판공비·의전활동비 집행, 외부 단체 자금 지원 등)에 관한 보도와 같이 어느 정도 객관적 자료가 존재하는 사안에서, 보도의 세부 표현이 다소 과장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위법성이 인정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법령:민법/제750조]의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적시된 사실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구체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이 사건 기사 중 "노동당운동", "공산당이 활개치는 나라"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원고 민변·전국연합·참여연대·언노련을 친북·이적 단체로 지칭한 부분은 그 진실성 또는 진실하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에 관한 증명이 없으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에 대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반면 원고 민노총·현대노조·대우노조·기아노조의 재정 운영에 관한 부분에 관하여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 자체에서 노조 예산 중 상당액의 기밀비·직무판공비가 책정·집행된 사실이 확인되는 이상, 보도된 금액이나 표현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주요 부분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거나 적어도 피고들로서는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원고 인권운동사랑방에 관한 부분 역시 출소 공산주의자에 대한 평가적 표현이 의견의 영역에 속하는지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고 민노총·현대노조·대우노조·기아노조·인권운동사랑방에 대한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이는 명예훼손에서 진실성·상당성 항변에 관한 종래 법리([판례:96다17257], [판례:97다24207])에 따른 것이다.
의의 및 해설
이 판결은 [법령:헌법/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법령:헌법/제10조]에 근거한 인격권으로서의 명예 보호가 충돌하는 국면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 표명을 구분하는 기준 및 진실성·상당성 항변의 적용 범위를 재확인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특히 이념적·정치적 색채가 강한 표현이 사용되었더라도 그것이 단순한 비유나 비판적 평가를 넘어 수사기관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과 사회적 낙인을 초래할 정도의 구체적 사실 적시에 이르렀는지 여부를 분단·대치 상황의 법체계적 배경 속에서 판단해야 함을 분명히 하였다. 한편 노동조합의 재정 집행과 같이 객관적 자료에 기반한 보도에 관하여는, 세부 표현의 과장이 있더라도 주요 부분이 진실에 부합하거나 진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공적 관심사에 대한 언론보도의 보호 범위를 구체화하였다. 이는 이후 공인·공적 단체에 대한 비판적 보도의 위법성 판단 기준에 관한 후속 판결([판례:2001다53387])의 토대가 되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헌법/제10조] (인격권의 헌법적 근거)
- [법령:헌법/제21조] (언론·출판의 자유와 그 한계)
- [법령:민법/제750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 [법령:민법/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 [법령:민법/제764조] (명예훼손의 경우의 특칙)
- [법령:형법/제307조] (명예훼손)
- [법령:형법/제310조] (위법성의 조각)
- [판례:96다17257] (명예훼손에서 진실성·상당성 항변의 법리)
- [판례:97다24207] (사실 적시와 의견 표명의 구별 기준)
- [판례:2001다53387] (공적 단체에 대한 비판적 보도의 위법성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