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81557 손해배상(기)
사실관계
농업협동조합중앙회(원고)는 산하 ○○시지부에서 태정식품에 대한 어음할인 담보물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새로 설정한 제2 근저당권의 목적물이 사기담보물로 밝혀져 무효가 되는 손해를 입었다. 피고는 위 담보물 교체 과정에서 원고가 입게 될 손해 전액을 태정식품과 연대하여 배상하기로 하는 각서(이른바 이 사건 약정)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교부하였다. 이 사건 소송이 제1심에 계속중이던 1998. 7. 30. 원고 ○○시지부 과장 등과 피고 사이에 변상판정 결과 특수채권 관리액이 ○○시지부장의 전결권 범위인 5,000만 원 이하가 될 것을 전제로 소 취하 방안을 협의하였으나, 실제 변상판정액이 5,500만 원 가량으로 산정되어 전결권 범위를 넘게 되었다. 피고는 1998. 9. 26. 변상판정에 따른 미지급 변상금 10,274,250원을 입금하였고, 그 외 손해는 1998. 12. 23. 대손충당금으로 상각처리되었다. 피고는 변상금 지급으로 나머지 손해배상청구권 포기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주장하며, 또한 원고 직원의 담보물 권리관계 확인 소홀에 대한 과실상계를 주장하였다.
쟁점
첫째, 처분문서인 각서의 문언상 청구권 포기 합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특히 일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면제하는 경우 그 해석 기준이 문제된다. 둘째, 담보물 교체에 따른 손해담보계약상 담보의무자의 책임에 대해 [법령:민법/제396조]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 또는 유추적용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처분문서의 문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 계약 체결의 동기·경위,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거래관행 등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며, 특히 일방 당사자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그 책임을 면제시키는 내용일 때에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판례:95다6465], [판례:2000다33607]). 이에 따라 원·피고 사이에 변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나머지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또한 이 사건 약정은 주채무의 존재를 전제로 하지 않고 담보물 교체라는 이례적 위험 거래에서 발생하는 손해 전액을 피고 등이 인수하기로 한 일종의 손해담보계약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손해담보계약상 담보의무자의 책임은 손해배상책임이 아니라 이행책임이고, 담보권리자의 청구권 또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아닌 이행청구권이므로 [법령:민법/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되거나 그 법리가 유추적용되어 담보책임이 감경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시하였다. 다만 담보권리자의 고의·과실로 손해가 야기되는 등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그 권리 행사가 [법령:민법/제2조] 신의칙 또는 형평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권리 행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한될 여지를 인정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손해는 원고 직원의 권리관계 확인 소홀이 아니라 피고 등이 제공한 대체담보물 자체의 하자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피고는 무효로 된 제2 근저당권에 갈음한 본래의 물상보증책임을 이행하여야 할 뿐 과실상계 항변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상고를 기각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손해담보계약을 보증채무 등 종된 채무와 명확히 구별하여, 그 책임의 본질이 손해배상이 아닌 독립된 이행책임임을 분명히 한 점에 의의가 있다. 이로써 담보권리자가 입은 손해의 발생·확대에 자신의 과실이 개입되어 있더라도 [법령:민법/제396조]의 과실상계 규정은 직접 준용되지 않고 그 법리의 유추적용에 의한 책임 감경도 허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였다. 다만 무한정한 이행책임은 형평에 반할 수 있으므로, [법령:민법/제2조] 신의칙·형평의 원칙을 통한 권리행사 제한이라는 보충적 통제 장치를 함께 제시한 점에서 실무상 의미가 크다. 또한 처분문서 해석에서 일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거나 면제하는 합의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종래의 법리를 재확인하여, 화해·청구권 포기 합의 인정에 신중을 기하도록 한 점도 주목된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민법/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
- [법령:민법/제396조] (과실상계)
- [법령:민법/제428조] (보증채무의 내용)
- [판례:95다6465] (처분문서 해석의 기준)
- [판례:2000다33607]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는 계약 문언의 엄격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