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83524 손해배상(의)
사실관계
망인은 1998. 1. 14. 심한 어지러움 증세로 피고 법인 산하 동산의료원 응급실을 통해 입원하였고, 신경과 의사는 문진과 MRI 검사 결과 우측 소뇌의 다발성 소강성 뇌경색으로 진단하여 항혈소판제재를 투여하였다. 입원 중 망인의 어지러움증은 거의 호전되었으나, 발병 원인의 정확한 규명과 향후 치료방법 결정을 위하여 같은 달 21. 뇌혈관조영술을 실시하기로 결정되었다. 진단방사선과 의사는 우측 서혜부 대퇴동맥에 카테터를 삽입한 다음 주사기로 조영제를 투여하면서 우측추골동맥을 촬영하던 중 망인이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여 검사를 중단하였으나, 망인은 이미 의식을 상실한 상태였다. 추적 뇌단층촬영 결과 뇌간과 소뇌의 경색이 확인되었고, 망인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같은 해 2. 5. 사망하였다. 망인은 입원 당시 비만과 과도한 흡연·음주 습관이 있었고 중증 뇌경색으로 진단된 상태였다.
쟁점
첫째, 뇌혈관조영술 시술 중 환자가 사망한 경우 시술의의 의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어느 정도의 간접사실 입증으로 추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었다. 둘째, 의사의 설명의무가 발생가능성이 희소한 후유증·부작용에 대해서도 미치는지, 그리고 이 사건에서 설명의무 이행 여부가 쟁점이 되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의사의 주의의무는 의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규범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판례:2000다20755]).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의료상 과실 외에 다른 원인을 상정하기 어려운 간접사실의 입증으로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는 있으나([판례:99다66328]),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정할 만한 개연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정만으로 막연히 중한 결과로부터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사실상 무과실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지우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판례:96다37862]). 이 사건에서 망인은 이미 중증 뇌경색 환자로서 시술과 무관하게 혈전 등이 기저동맥을 막을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으며, 혈관조영술의 합병증 발생률은 시술 여부와 관계없이 유사하다는 연구 보고도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단지 입원 중 증세가 호전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시술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한편 설명의무에 관하여 대법원은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치료행위에 전형적으로 발생하는 위험이거나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것인 경우에는 발생가능성이 희소하더라도 설명의 대상이 되며([판례:2002다48443]), 시술 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의 정도와 예방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아니하였다면 설명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 없다고 재확인하였다([판례:98다29261]).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시술상 과실 추정에 관한 원심판단에 입증책임 분배의 법리오해,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였다.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의료과오 소송에서 간접사실에 의한 과실 및 인과관계의 추정 법리를 적용함에 있어 그 한계를 명확히 한 사례로서 의의가 있다. 의료행위의 전문성·밀행성을 고려해 환자 측의 입증부담을 완화하는 추정 법리는 인정되지만, 추정의 전제가 되는 간접사실들이 의사의 과실로 인한 결과발생을 추단할 수 있을 정도의 개연성을 담보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까지 추정을 확장하면 사실상 의사에게 무과실의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특히 환자가 시술 전부터 중대한 기존 질환을 보유하고 있어 시술과 무관한 자연경과로도 동일한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는 경우, 단순히 시술 직후 결과가 발생하였고 시술 전 일시적 호전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인과관계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미가 크다. 또한 시술상 과실이 부정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 책임은 별개로 검토되어야 함을 재확인하여, 진료채무의 두 축인 의료수준에 따른 주의의무와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설명의무를 명확히 구분하였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민법/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 [법령:민법/제751조] (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 [법령:민법/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 [법령:의료법/제24조의2]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 [판례:2000다20755] (의사의 주의의무 판단 기준)
- [판례:99다66328] (의료과오에서 간접사실에 의한 인과관계 추정)
- [판례:96다37862] (의료상 과실 추정의 한계)
- [판례:2002다48443] (희소한 부작용에 대한 설명의무)
- [판례:98다29261] (시술 전 사망 가능성 등 구체적 설명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