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97424 구상금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송하인과 해상운송계약을 체결하고 자신이 용선한 선박에 화물을 적재하여 1979년 7월 16일 서독 브레맨항을 출발하였다. 선원 등 선박사용인은 화물 적부 시 선박의 동요에도 화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고박·고정장치를 튼튼히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하였고, 1979년 7월 31일 인도양 세코트라섬 부근에서 태풍을 만나 화물의 고박이 풀어지고 위치가 뒤틀렸다. 선원들은 태풍 경과 후에도 고박장치를 완전히 재정비하지 아니한 채 항해를 계속하였고, 그 결과 같은 해 8월 20일 포항항 입항 시까지 화물이 계속 동요·충돌하여 일부가 파손되었다. 원고들은 수하인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와 해상적하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자들로서 보험금을 지급한 후 포항제철을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불법행위 및 운송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을 선택적으로 청구하였다.
쟁점
첫째, 공해상에서 시작되어 대한민국 영역 내까지 손해가 계속된 불법행위에 대하여 어느 나라 법을 준거법으로 정할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둘째, 고박·고정장치 미비로 인한 화물 파손에 대하여 선박사용인의 과실 및 선박소유자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는지, 태풍이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가 다투어졌다. 셋째, 선하증권상 책임제한 면책약관이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뿐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도 적용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국제사법」상 불법행위로 인한 채권의 성립과 효력은 그 원인된 사실이 발생한 곳의 법에 의하는데, 여기서 '원인된 사실 발생지'는 행동지뿐 아니라 손해의 결과발생지도 포함하므로, 손해가 대한민국 영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된 이상 대한민국 법을 준거법으로 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법령:국제사법/제52조]. 선적국법주의나 선하증권상 영국법 준거 약관은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에 관한 것일 뿐 불법행위에 기한 청구에까지 배타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또한 적부 시 고박장치를 튼튼히 시행하지 아니한 결과 항해 중 장치가 풀려 운송물이 파손되었다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선박사용인의 과실이 인정되며 [법령:민법/제750조], 사용자인 선박소유자는 그 사용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법령:민법/제756조]. 태풍에 의한 풍랑이 선적 당시 예견 불가능하고 예방조치도 불가능한 천재지변이었다는 점에 관한 입증이 없는 이상 불가항력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였다. 나아가 운송물의 멸실·훼손에 관하여 선하증권 소지인은 운송계약상 채무불이행 청구권과 소유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 청구권을 모두 취득하여 청구권이 경합·병존하며, 선하증권상의 면책특약이나 상법상 면책조항은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없는 한 불법행위 책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종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법령:상법/제798조].
의의 및 해설
본 판결은 국제 해상운송 도중 발생한 화물 손해에 관한 준거법 결정에서 결과발생지 개념을 확장하여, 손해가 항해 중 계속되어 양륙항에 이른 경우 양륙국 법을 준거법으로 인정한 점에 의의가 있다. 이는 행동지와 결과발생지를 모두 '원인된 사실 발생지'로 보는 격지적 불법행위 법리를 해상운송 사안에 구체적으로 적용한 사례이다. 또한 청구권경합설의 입장에서 운송계약상 면책약관의 효력 범위를 운송계약 책임에 한정하고, 불법행위 책임에는 별도의 명시적·묵시적 합의가 없는 한 미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한 점에서 화주 보호에 충실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이후 「상법」이 개정되어 운송인의 책임제한 규정이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에도 확장 적용될 수 있도록 정비된 점은 별도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령:상법/제798조]. 본 판결은 이후 해상물건운송 관련 손해배상 사건에서 준거법 결정과 청구권경합 판단의 기본 법리로 인용되고 있다.
관련 법령·판례
- [법령:국제사법/제52조] 불법행위의 준거법
- [법령:민법/제750조] 불법행위의 내용
- [법령:민법/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 [법령:상법/제798조] 비계약적 청구에 대한 적용 등
- [판례:97424] 본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