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가단28323
판시사항
판결요지
참조조문
가.나. 민사소송법 제124조 , 나. 같은법 제47조
판례내용
【원 고】 손증 외 1인 【피 고】 조상주 【주 문】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부산 북구 명지동 3140의 8답 4,102 제곱미터에 대한 공유지분 가운데 원고 손증에게 4110/31370, 원고 김영일에게 2501/31370에 관하여 각 1987.2.20.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구함. 【이 유】 1. 소송요건의 존부에 대하여 직권으로 판단한다. 가. 먼저 피고의 당사자적격에 대하여 본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토지의 등기부상 소유자는 부산 북구 명지동 1의 3에 사는 조상주이고, 원고들이 소장에서 등기의무자로 지정한 피고는 부산 영도구 청학 2도 135의 8에 사는 조상주이다. 세상에는 동명이인이 얼마든지 있고 보면 위 두 사람이 성명이 같다고 해서 동일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1) 일반적인 소송법이론상 이행소송의 피고적격에 대해서는, 원고가 소장에서 피고로 지정한 자이면 피고가 될 수 있고 피고에게 과연 이행의무가 있는가 없는가는 본안에서 심리해 보고 그 결과 이행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하면 청구기각 판결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적격을 무조건 본안심리 사항에 흡수시켜 버릴 경우, 본안에 대하여는 자백이나 의제자백이 가능하므로 법원의 심리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런 점을 악용하는 소송을 유인하는 계기가 제공된다. 특히 토지에 대한 소송에 있어서는, 그 동안 공시제도 자체의 미비와 등기에 대한 인식의 부족 등으로 아직도 실제적인 권리관계와 부합하지 않거나 그간의 권리변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등기가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진정한 권리자인 것처럼 가장하거나 허위 주소를 이용하여 (의제)자백 판결을 받아 내는 소송이 비일비재한 것이 숨길 수 없는 현실태이다. 이러한 점에 대하여, 토지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재산으로서의 공공적.개인적 중요성, 또 토지의 경우 한번 판결로써 권리변동이 생겨버리면 나중에 진정한 권리자가 이를 회복시키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토지에 관한 이행소송에 있어서 최소한 등기부상 명의자와 피고가 동일인물일 것은 소송요건으로서 법원의 직권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나아가서는 토지소송 뿐 아니라 당사자적격에 의심이 가는 이행소송 일반에 대하여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 무익하거나 불법적인 소송을 방지할 수 있고, 분쟁의 실질적 해결을 노리는 당사자적격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등기부상의 소유자와 피고가 동일인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갑 제3호증(개인별주민등록표)과 갑 제4호증(세대별 주민등록표)이 제출되어 있으나, 그 두 서류의 기재내용이 서로 달라 이 사건 등기부상의 주소와 동일한 주소가 갑 제3호증에 기재되어 있으나 갑 제4호증에는 없을 뿐 아니라, 갑 제3호증은 그 동안 변동된 주소가 모두 고무인으로 찍혀 있는 데 비해 유독 이 사건 등기부상의 주소와 동일한 주소만 사람이 손으로 쓴 것인데다 그것도 원래 있던 기재를 지우고 그 위에 겹쳐 쓴 것이 육안으로도 뚜렷하게 드러나므로 그 기재의 진실성을 믿을 수 없다. 그러므로 위의 증거들로는 피고가 등기부상의 소유자와 동일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어서 피고적격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나. 법률적 분쟁이 실재하는지 본다. (1) 무릇 사법이라 함은 구체적인 법적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 무엇이 법인가를 판단하고 선언함으로써 법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작용을 말한다. 그러므로 사법에 속하는 모든 재판제도는 구체적인 법적 분쟁의 존재를 당연한 전제로 한다. 헌법 제101조 제1항은 이러한 의미의 사법권을 법원에 부여한 것이고, 법원조직법 제2조 제1항이 법원은 법률상의 쟁송을 심판한다고 규정한 것도 이를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사법과 재판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 사이에 법률적 분쟁이 실제로 존재해야 하는 것은 그 소가 적법한 취급을 받기 위해 구비하지 않으면 안될 사항, 즉 소송요건이라 할 것이다. 소송요건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다. 다만, 원칙적으로 사실과 증거의 직권탐지까지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고, 입증책임이 있는 당사자에게 입증을 촉구하면 되는 것이다. 본안판결을 받는 것은 원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직권조사사항인 소송요건의 입증책임은 원고에게 돌아간다. (2) 통상적으로 분쟁의 존재는 당사자의 대립적인 주장 자체로서 자명하게 드러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사자가 법원이 만들어 주는 집행력 있는 채무명의를 확보하기 위하여 분쟁이 없는 데도 있는 것처럼 꾸며서 의제자백으로 판결을 얻거나 윈.피고가 짜고 적당히 다투는 척 하다가 피고로 하여금 원고 주장을 인정하게 한다든지 또는 화해를 해 버리는 것과 같이, 재판제도를 악용할 목적으로 분쟁이 있는 것처럼 가장하는 것으로 의심이 가는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법원이 이에 관하여 직권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의심이 가는 사건의 한 유형으로서, 토지거래허가제도가 시행된 후로 그 제도의 시행 전에 시행 전에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고 피고가 이를 다투지 않거나 인정함으로써 의제자백에 의한 판결을 노리는 사건이 있다. 만약 그런한 판결이 내려진다면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당사자가 통보함으로써 얼마든지 잠탈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법원은 그 동안 이러한 사건도 분쟁이 실재하는 것으로 보고 거의 모두 의제자백으로 판결을 해 주었다. 그러자 그러한 사건이 점점 늘어나 최근에 와서는 이 법원이 접수하는 소의1할 내지 2할을 차지하게 되었다(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이런 지경에 이르러서는 그 소송들이 토지거래허가제도를 잠탈하려고 분쟁을 가장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구나 그 소송들에 공통적인 몇 가지 현상, 즉 토지소재지가 최근에 개발계획이 발표되어 땅값이 급등하고 있는 지역이고, 매매대금은 잔금까지 오래 전에 완불했다고 하여 일반거래관행은 물론 계약서와도 맞지 않는 주장을 하며, 계약서라고 제출되는 것들이 매우 엉성하고, 상대방이 다투지 않는 사건에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가 일반적으로는 매우 드문데 비해 위와 같은 사건들은 오히려 거의 전부가 처음부터 변호인을 선임하여 제소하는 점 등이(법원에 현저한 사실이다) 이러한 의심을 거의 확신으로까지 높여 주고 있다. (3) 이 사건의 경우도, 위의 공통점들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원고들이 어떤 경위로, 무슨 목적으로 위 땅을 샀으며 왜 등기도 넘겨받지 않고 잔금까지 지불했는지, 매입한 뒤 어떤 용도에 어떤 방법으로 이용해 왔는지 등에 관한, 위의 의심들을 불식할 만한 아무런 설명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송도 법률적 분쟁이 있는 것처럼 가장한 것으로 추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2. 이상의 이유로 이 사건 소는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므로, 본안에 대하여 판단할 것도 없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황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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