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구합6940
판시사항
[1] 교과용 검정도서의 수정명령에 관한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제1항이 상위법에 근거 없이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되어 무효인지 여부(소극) [2]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발행사에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가 마련한 수정권고안에 따라 검정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할 것을 명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은 실질적으로 새로이 실시된 검정에 따른 처분으로 교과용도서심의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은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은 교과용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사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서 검정행위는 당해 도서의 교육적합성에 대한 심사 후 교육적합성을 충족시킨다는 조건하에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행위이므로, 검정권한에는 본질적으로 그 내용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검정도서의 수정명령에 관한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은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유효하다. [2]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발행사에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가 마련한 수정권고안에 따라 검정교과서의 일부 내용을 수정할 것을 명하는 처분을 한 사안에서, 위 처분은 실질적으로 새로이 실시된 검정에 따른 처분으로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른 교과용도서심의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위 처분에 앞서 국사편찬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여 구체적인 수정요구안의 검토절차를 거쳤을 뿐,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하자가 있어 위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6조 제1항 / [2]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8조, 제19조, 제21조, 제26조 제1항
판례내용
【원 고】 【피 고】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소송대리인 정부법무공단 담당변호사 김진국외 3인) 【변론종결】2010. 8. 17. 【주 문】 1. 피고가 2008. 11. 26. 소외 주식회사 금성출판사에 대하여 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5판)’ 중 별지 수정목록 ‘수정지시 대상’란 기재사항에 관한 수정명령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 및 소외 1, 2, 3(이하 ‘원고 등’이라 한다)은 주식회사 금성출판사(이하 ‘금성출판사’라고 한다)가 발행한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이하 ‘이 사건 교과서’라고 한다)의 공동저작자들이다(대표저작자는 원고 1이다). 나. 이 사건 교과서는 고등학교 2, 3학년 심화선택 과목의 교과서로서 2002. 7. 30. 피고로부터 검정 합격을 받고 2003. 3. 1. 초판이 발행된 이래, 매년 수정을 거쳐 2007. 3. 1. 제5판이 발행되었다. 다. 2004. 10. 6. 국회의 교육인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이 사건 교과서의 좌파적 편향성이 심각하다고 주장한 것을 계기로, 이 사건 교과서의 편향성 여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기 시작하였다. 2008. 6.경 정치학자, 경제학자, 원로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교과서포럼’을 비롯해, 대한상공회의소, 통일부, 국방부 등이 피고에게 이 사건 교과서에 관한 수정요구사항을 제출했다. 라. 피고는 2008. 7.경 6종의 2009학년도 고등학교 2, 3학년용 한국 근·현대사 역사교과서의 수정·보완과 관련하여 위 단체 및 정부부처로부터 제출받은 253개 항목의 수정요구안을 취합한 후 국사편찬위원회에 그 검토를 요청했다. 마. 국사편찬위원회는 2008. 7. 21.자로 소속 연구자를 중심으로 ‘한국사교과서심의소위원회’를 구성하고, 2008. 8. 1.자로 학계 중진 학자들로 구성된 ‘한국사교과서심의협의회’를 발족하여 피고가 요청한 검토작업을 수행한 후 2008. 10. 15. 피고에게 그 검토결과를 보고했다. 다만, 국사편찬위원회는 피고가 검토를 요청한 253개 항목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그 적부를 판단하지는 아니하였고,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의 서술 방향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개관 12개항, 단원별 서술방향 37개항)만 제시하였다. 바. 피고는 2008. 10.경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교원(교직경력 10년 이상의 역사 전공자) 및 그 외 교수나 연구원 중 교육과학기술부 1차관이 선정한 12명 내외의 위원으로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이하, ‘이 사건 협의회’라고 한다)를 구성하여, 이 사건 협의회에 위 253개 항목의 수정요구안 검토를 의뢰했다. 이 사건 협의회의 각 위원들은 2008. 10. 10.부터 같은 달 26일까지 기간 동안 개별적으로 자료를 교부받아 그에 대한 검토작업을 수행했고, 그 기간 중 ‘집중작업’이라 불리는 2박3일 세미나에 2회 참석하여 이 사건 교과서의 수정요구안을 검토했는데, 위 논의과정에 관하여 회의록 등은 작성된 바 없다. 사. 이 사건 협의회는 2007년 개정교육과정 및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출한 보고서의 ‘서술방향 제언’ 등을 참고하여 ① 헌법정신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정통성 저해 여부, ② 학습내용이 고등학교 학생 수준에 적합한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 수정요구안을 검토했고, 위 3주간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55항목에 대한 수정권고안을 마련했다. 아. 피고는 2008. 10. 30. 사단법인 한국검정교과서를 통해 금성출판사를 포함한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발행사들에 대하여, 이 사건 협의회가 마련한 55항목에 대한 수정권고안에 따라 각 검정교과서들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라는 내용의 수정권고를 하였다. 자. 원고 등은 금성출판사를 통하여 위 수정권고 사항 중 수용 가능한 사항과 불가능한 사항을 구분하여 상당수 항목에 관하여 수정권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피고는 2008. 11. 26. 금성출판사에게 이 사건 교과서 중 별지 수정목록의 ‘수정지시 대상’란 기재 각 부분을 ‘수정지시’란 기재와 같이 수정할 것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차. 금성출판사는 2008. 12. 3. 위 수정지시에 따라 피고에게 ‘검정도서 수정·보완 대조표’를 제출하였고, 같은 달 9일 원고 1에게 ‘금성출판사는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 제26조 등에 따라 교과서 수정지시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는바, 별첨 수정·보완 대조표를 검토하고 같은 달 12일까지 수정가능성 및 구체적 내용에 대해 답변해달라’는 통지서를 보냈으나, 원고 1은 같은 달 12일 금성출판사에게 원고 등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교과서의 내용을 수정하지 말 것을 통지하였다. 카. 그러나 금성출판사는 원고 등의 동의 없이 피고에게 이 사건 교과서의 수정·보완 내역을 제출하여 이를 승인받았고, 이후 이 사건 교과서는 별지 수정목록의 ‘수정된 내용’란 기재와 같이 수정되었다. 타. 한편 피고는 2001. 6.경 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고등학교 2종도서 검정기준을 마련했으며,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한 최초 검정은 그 검정기준에 따라 행해졌다. 그 중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2. 공통기준 심사영역심사관점Ⅰ. 헌법정신과의 일치1 .대한민국의 국가체제를 부정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이 있는가2. 특정 국가, 종교, 단체, 계층 등에 대해 부당하게 선전·우대하거나, 왜곡·비방한 내용이 있는가Ⅱ. 교육기본법, 교육과정과의 일치3. 교육이념과 교육목표에 위배되는 내용이 있는가Ⅲ. 저작권 위배여부4. 타인의 저작물을 무단으로 표절했거나 또는 현저하게 모작한 내용이 있는가Ⅳ. 내용의 보편 타당성5. 학문상의 오류나 정설화되지 아니한 저작자의 개인적 편견이 포함되어 있는가 3. 도서별기준 ○ 한국 근·현대사 심사영역심사관점Ⅰ. 교육과정의 준수1. 한국 근·현대사 교육과정에 제시된 성격, 목표, 내용, 교수·학습 방법, 평가 등을 충실히 반영하였는가Ⅱ. 내용 선정 및 조직2. 한국 근·현대사 학습목표를 구현할 수 있고, 국사 과목과의 연계성에 유의하였으며, 학생 수준에 적절한 내용을 선정하였는가9. 내용의 오류나 편향적인 이론, 시각, 표현 등을 담고 있지는 않은가10. 특정한 정당, 지역, 인물, 성, 상품, 종교 등을 비방, 왜곡, 옹호하는 내용은 배제되었는가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7, 8, 9, 10호증, 을 2호증, 을 4호증의 1 내지 4, 을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본안전항변 원고들은 이 사건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에 불과한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원고들에게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들이 금성출판사와 사이에 교과서 집필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의 수정·개편 지시가 있을 때에는 수정·개편을 위한 원고(原稿) 및 자료를 금성출판사에게 인도하기로 약정했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교과서 검정신청을 하면서 피고의 지시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기로 하는 동의서를 제출하기도 한 이상, 이 사건 교과서와 관련하여 동일성유지권 등의 저작물에 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에 따라 금성출판사가 이 사건 교과서를 수정한다 하여 원고들에게 침해되는 법률상 이익은 없다.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는 원고적격이 없다. 나. 판단 (1) 위법한 행정처분에 의하여 권리의 침해를 받은 자는 그 처분의 취소변경을 구하기 위하여 처분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이 경우 권리의 침해를 받은 자는 그 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됨이 일반적이지만,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그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두12289 판결 등 참조). (2) 을 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 등은 2001. 3. 24. 금성출판사와 사이에 출판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중에는 “갑(원고 등, 이하 같다)은 교육부(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서, 그 명칭이 2001. 1. 29.에는 교육인적자원부로, 2008. 2. 29.에는 다시 교육과학기술부로 변경됐다)로부터 본 교과서 및 지도서에 대한 수정·개편 지시가 있을 때에는 소정 기일 안에 수정·개편 작업을 완료할 수 있도록 수정·개편을 위한 원고(原稿) 및 자료를 을(금성출판사, 이하 같다)에게 인도하여야 하며, 을은 갑의 요구와 교육부 지시에 따라 본 교과서 및 지도서의 내용을 소정 기일 안에 수정·개편하여야 한다(제6항)”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는바, 원고들로서는 금성출판사에 대하여 피고의 교과서 수정명령이 있을 경우 이를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협조할 계약상의 의무가 있고,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그 의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여 이를 이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그 법률상의 지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자들로서, 그 처분에 관하여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의 효력을 다툴 원고적격이 인정된다. (3) 따라서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3.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이 사건 처분은 다음과 같은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1) 법률유보원칙에 반하여 무효인 규정에 근거한 처분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은 교과용도서의 범위, 저작, 검정, 인정, 발행, 공급, 선정 및 가격사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교과용 도서의 수정’에 대하여서는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교과용 도서의 수정명령권한을 규정한 구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2009. 8. 18. 대통령령 제2168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제26조 제1항은 상위법에 근거 없이 제정된 것으로서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다. (2)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절차 흠결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교과용도서로서의 적합성을 심사하는 검정기준과 편찬상의 유의점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고(제7조 제1항 제4호, 제5호), 교과용도서의 편찬, 검정, 인정, 가격사정 및 발행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각급학교의 교과목 또는 도서별로 교과용도서심의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제18조). 따라서 피고는 사전에 교과용도서심의회로 하여금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이 정한 검정기준에 따라 당해 수정명령이 필요하고도 적절한 것인지 심의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관계 법령에 아무런 근거도 없는 이 사건 협의회를 구성하여 그 의견만을 참고한 후 이 사건 처분에 이르렀다. (3) 재량권 일탈·남용(수정의 필요성 흠결 등) 교과서로서의 적합성 여부에 관한 심사절차를 거친 후 적법하게 검정을 받아 이미 사용 중인 교과서라면, 그에 대하여서는, 오기·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을 발견한 경우, 통계·삽화의 갱신이 필요한 경우, 학계에서의 객관적인 학설 상황이나 교육상황에 비추어 학문적인 정확성이나 교육적인 상당성이 문제가 된 경우, 교육과정의 부분 개편이 있는 등 사정변경이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수정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처분에서는 위와 같은 수정의 필요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는 이 사건 처분 대상 기재부분이 각 헌법정신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저해하거나, 학습내용이 고등학교 학생 수준에 적합하지 아니하다는 등의 사유가 있어 수정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나, 이는 피고의 자의적인 판단에 불과하다. 이 사건 처분은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정치적 동기에서, 교육의 중립성에 관한 교육기본법 제6조 제1항 및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의 목적 및 취지에 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교과용도서의 수정에 관한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벗어나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 및 그에 대한 국가의 책무 (가) 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에 대하여 교육조건의 개선·정비와 교육기회의 균등한 보장을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이해되고 있다. (나) 이에 국가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교육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공교육제도를 형성할 의무와 책임을 지게 된다. 이와 같은 국가의 책무는, 국민 또는 사회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지식을 가르치고 기본적인 품성 및 보편적인 자질을 배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보통교육의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며, 그 범위는 단순히 교육의 외적 제반조건의 정비·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받을 권리의 보호와 사회 공공의 이익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의 교육내용에 대한 결정권까지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2) 교과서 검정제도 (가) 교과서란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과가 포함하는 지식내용을 쉽고 체계적으로 간결·명확하게 편집하여 학생들의 학습의 기본자료가 되도록 한 학생용 도서이다. 국가가 공교육제도를 시행할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이상 교과서 발행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교과서의 발행에 국가가 관여하는 형태는 ① 국가가 직접 저작하거나 위탁하여 저작한 교과서 이외의 교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국정제), ② 국가가 사인이 저작한 도서에 대하여 교과서로서의 적부를 심사·확인하여 교과서로서 사용될 수 있게 하는 것(검정제), ③ 사인이 발행한 도서의 내용을 심사하여 그 사용을 허용하는 것(인정제)으로 분류할 수 있다. (나) 현재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교과용도서에 대하여 검정제를 채택하고 있다. 앞서 본 보통교육 시행의 목적 및 검정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국가는 검정신청 도서가 교육상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그 내용이 학생 수준에 적절한지, 편향적인 이론·시각·표현을 담고 있거나, 대한민국의 국가 체제 내지 그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닌지 등에 관하여 심사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교과서 검정에 있어서 그 심사사항이 원칙적으로 오기·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 제본 기타 기술적 사항에 그쳐야 하는 것은 아니며, 이는 검정된 도서에 대하여 수정을 명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 검정행위는 도서에 대하여 교과서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거나 인정하는 가치창설적·형성적 행위로서 일종의 특허이고, 따라서 그 특성상 보다 넓은 범위의 재량이 있는 행위이다. 또한 교과서 검정은 대상 도서의 내용이 학문적으로 정확한가, 중립적이고 공정한가, 아동 및 청소년의 심신발달의 단계에 적합한 수준인가 등에 대한 고도의 학술상·교육상의 전문적인 판단이라는 점, 세대 간 바람직한 역사인식의 공유를 위해 공동체가 그 후속세대인 아동 및 청소년에게 어떠한 내용의 역사교육을 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공동체 스스로가 결정하여야 할 것이고 이에 관하여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경우에는 민주적인 방법으로 결정되어야 할 것인데,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는 민주적으로 구성된 정부가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헌법과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이를 결정할 권한을 갖게 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민주적 절차를 거쳐 구성된 정부의 구성원인 피고의 교과서 검정과 관련한 처분은, 그것이 관계 법령이 정한 절차 및 심사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재량권 행사의 한계를 현저히 벗어난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3) 이 사건 규정 제26조 제1항의 법률유보원칙 위배 여부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은 교과용도서의 범위·저작·검정·인정·발행·공급·선정 및 가격사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교과서 검정행위는 당해 도서의 교육적합성에 대한 심사 후 교육적합성을 충족시킨다는 조건하에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는 행위이므로, 검정권한에는 본질적으로 그 내용을 교육목적에 적합하게 수정하도록 명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검정도서의 수정명령에 관한 이 사건 규정 제26조 제1항은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초·중등교육법 제29조 제2항에 근거한 것으로서 유효하며, 이에 관한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교과용도서심의회 심의절차 흠결의 위법 유무 (가) 이 사건 처분의 성격 교과서 검정제도의 의의, 관계 법령의 규정 및 이 사건 처분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는 이 사건 교과서의 일부 내용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새로운 검정을 실시한 것이고, 그 결과 이 사건 교과서 중 검정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된 부분에 대해 수정을 명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그 실질에 있어 검정처분에 준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처분과 같은 내용의 수정명령을 하려면 관계 법령이 검정에 관하여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① 이 사건 처분은 오기·오식 기타 객관적으로 명백한 잘못이나, 제본 등의 기술적 사항에 대한 수정명령이 아니고, 객관적인 학설상황의 변경에 따른 수정명령도 아니다. ② 오히려 이 사건 처분은, 피고가 2002년에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합격결정을 한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하여 그 일부 내용이 검정기준에 어긋남을 이유로 하여 이를 수정할 것을 명하는 것으로서, 피고 자신이 2002년도에 한 검정처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③ 피고는 금성출판사에 대하여 이 사건 교과서의 수정을 명하면서,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학습자가 오해할 소지가 있다’, ‘학생들이 선입견을 갖게 될 우려가 있다’,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강조하여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등의 사유를 제시하고 있다(구체적인 내용은 별지 수정목록의 ‘수정지시’란에 기재된 바와 같다). 이는 이 사건 교과서가 학생 수준에 적절한 내용을 선정하였는지, 편향적인 시각, 표현을 담고 있지는 않은지, 대한민국의 국가체제를 부정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아닌지 등 피고가 설정한 검정기준에 따른 판단에 해당되는바, 그렇다면 피고가 이 사건 교과서에 대하여 검정기준에 따라 그 적합성에 관해 실질적으로 새로운 판단, 즉 검정을 실시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④ 이미 검정을 마치고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는 도서에 대하여 사후에 발한 수정명령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당해 도서의 내용에 대한 재심사 결과, 교과서로서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실질은 새로이 실시된 검정에 따른 처분이라 할 것이다. ⑤ 우리 헌법 제31조 제6항은 “학생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국가가 교육을 제공함에 있어 그 내용(교과서는 그 내용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을 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근거한 현행 초·중등교육법 및 이로부터 위임받은 이 사건 규정은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관한 권한을 피고에게 부여하고 있다. 다른 한편,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한 헌법 제31조 제4항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규정은, 교과용도서의 검정에 관한 권한을 전적으로 피고에게만 맡겨두지 아니하고, 검정과 관련하여서는 학문적으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 학부모,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등으로 구성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정함으로써, 검정과 관련한 피고의 재량에 일정한 절차적 통제를 가하고 있다. 앞서 본 헌법규정의 취지와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이 사건 규정에서 교과용도서심의회를 두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처분은 그 실질에 있어 검정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교과서 검정절차에 관한 이 사건 규정의 내용 ① 교과서의 편찬·검정·인정·가격사정 및 발행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교육과학기술부에 각급 학교의 교과목 또는 도서별로 교과용도서심의회를 두는데, 각 심의회는 이 사건 규정 제19조 각 호의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 중에서 피고가 위촉 또는 임명한 위원 5인 이상으로 구성되며, 교원, 산업체나 연구소의 연구경력을 가진 사람, 행정기관 또는 교육연구기관에 근무하는 사람 등과 같이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학부모, 시민단체에서 추천한 사람 등도 위촉대상으로 규정되어 있다(제18조, 제19조). ② 교과용도서심의회의 회의는 위원장 또는 피고가 소집하며, 위원장이 의장이 된다. 심의회의 의사정족수는 재적위원 과반수이고, 검정에 관한 회의에서의 의결정족수는 재적위원 3분의 2이상이다(제21조). ③ 검정신청 도서의 내용·표현 또는 표기의 오류 그 밖에 수정이 필요한 사항을 조사·연구하기 위해 심의회에 검정신청 도서마다 3인 이내의 연구위원을 둘 수 있다(제23조). (다) 이 사건 처분에 있어서 심의절차 흠결 여부 이 사건 처분의 근거인 이 사건 규정 제26조 제1항은 이미 검정을 받은 교과서에 대하여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피고는 저작자 또는 발행자에게 수정을 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 달리 그 수정명령에 관한 절차요건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처분은, 비록 이 사건 규정 제26조 제1항에 근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실질이 새로이 실시된 검정에 따른 처분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규정이 검정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절차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보지 않을 경우,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교과서의 내용을 피고가 교과용도서심의회의 별도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는바, 그렇게 되면 검정에 관하여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통제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도록 한 이 사건 규정의 취지가 잠탈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규정에 의하면, 교과서에 대한 검정은 교육과학기술부에 설치된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앞서 국사편찬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이 사건 협의회를 구성하여 구체적인 수정요구안의 검토절차를 거쳤을 뿐,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 사건 협의회의 구성원 선정방법 및 회의의 형식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협의회를 교과용도서심의회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처분에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하자가 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5) 소결 이 사건 처분은 교과용도서심의회의 심의 없이 행해진 것으로서, 원고들의 나머지 주장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 4. 결 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한다. [[별 지 1] 수정목록 : 생략] [[별 지 2] 관계 법령 : 생략] 판사 이진만(재판장) 김강산 백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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