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가합4223
판시사항
외국국가에 대하여 국내법원이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
판결요지
외국국가 혹은 외국기관의 행위는 그 행위의 성질이 주권적, 공법적 행위가 아닌 사경제적 또는 상업활동적 행위인 경우에는 국내 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지 아니한다.
참조조문
민사소송법 제1조, 섭외사법 제1조
판례내용
【원 고】 대림기업주식회사 【피 고】 미합중국 【주 문】 1. 피고는 원고에게 금 76,775,623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금 143,987,000원을 지급하라는 판결. 【이 유】 1.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당원이 본사건에 관하여 피고에게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국제법의 일반적인 주권면제원칙에 의하여 피고 정부기관 및 그 산하기관들은 대한민국 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므로(미합중국 육군 법무관 대령 Norman G. Cooper의 당재판부에 대한 서한 참조) 과연 당원이 피고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외국국가 혹은 외국기관의 행위는 언제나 국내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아니고, 그 행위의 성질에 비추어 주권적, 공법적 행위가 아닌 사경제적 또는 상업활동적 행위에 관하여는 국내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지 아니하고 이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할 것인데{당원의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미합중국(이하 미국이라고만 한다)도 1976년에 외국주권면제법(Foreign Sovereign Immunity Act of 1976)을 제정하여 미국법원에서 미국 이외의 외국국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사실, 위 법 제1602조에서는 '국제법상 상업활동에 관한 한 국가는 외국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605조 내지 제1607조에서 미국과 적절한 관련이 있는 상업적 활동, 외국이나 그 공무원 또는 피고용인이 미국에서 신체적 상해, 사망 또는 재산상의 손실 등을 야기하는 비상업적 불법행위를 행한 경우 등 6가지 경우를 재판권이 면제되지 않는 예로서 명시하고 있는 사실, 미국 내에서는 위 법에 의하여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이 제기되어 그 재판권이 인정된 예가 있는 사실이 엿보인다.}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원·피고 사이의 부동산임대차계약을 둘러싼 피고의 불법행위 혹은 계약상 과실을 원인으로 한 금원지급청구로서 그 행위가 사경제적 또는 상업활동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이 사건에 있어 피고는 국내법원의 재판권으로부터 면제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당원은 피고에 대하여 재판권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송달의 하자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이 주미 한국대사관을 경유하여 미국 법무부(U.S. Department of Justice)에 송달되었는바, 이 사건에 있어 미국 법무부는 피고가 당사자로 되는 소송에 있어 송달수령권한이 없으므로 송달절차에 하자가 있고 따라서 이 사건 소장은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당원의 사실조회결과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미국을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서 그 대표자는 미국 법령상 미국 법무부장관인 사실 및 이 사건 소장부본은 미국 법무부의 민사소송 담당부서에서 적법하게 수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위 법무부의 소장부본 수령권한이 없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부제소특약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가 피고와 사이에 계약을 맺을 때 분쟁해결절차를 따로이 정하면서 부제소특약을 하였고, 원고의 이 사건 제소는 이러한 부제소특약에 위반한 것으로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고 금반언의 원칙 및 소송법상 신의칙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갑 제19호증(계약서)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피고 사이의 계약 일반조항 제11조에서 분쟁의 해결에 관하여 '…본 계약서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본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나 청구로서 합의에 의하여 해결되지 않는 것은 계약담당관의 결정을 받고, 계약담당관은 그 결정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여 그 사본을 우편 기타의 방법으로 계약당사자에게 송달하여야 한다. 계약당사자는 위 서면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the Armed Services Board of Contract Appeals) 앞으로 된 서면을 계약담당관에게 우편 기타의 방법으로 제출하여 불복할 수 있으며 동 위원회의 결정은 종국적인(final and conclusive) 것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피고 사이의 위 계약에 있어서 앞서 본 분쟁해결조항은 '계약'과 관련된 분쟁, 청구에 적용된다고 약정되어 있는바, 위 조항은 계약의 성립, 이행 및 이와 관련된 분쟁에 한하여 적용된다고 할 것이고, 계약 자체와 관련된 당사자의 고의,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묻는 데에는 그 적용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이 사건 주위적 청구가 피고의 과실에 기한 불법행위를 청구원인으로 하고 있음에 비추어 적어도 원고의 위 청구에는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가사 위 조항이 원·피고간의 이 사건 모든 분쟁에 적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의 분쟁해결약정을 할 당시 피고의 의사는 미국 연방법령집(United States Codes) 관련조항(41 U.S.C.§607,609)에 비추어 위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종국적인 것으로 하여 법원에 절대적으로 제소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관계에 대한 다툼은 더 이상 하지 못하되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적인 문제나, 기타 위원회의 결정 자체에 상당한 하자가 있거나 그 결정이 상당한 증거에 기하여 내려진 것이 아닌 등의 경우에는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임을 알 수 있는바(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피고의 계약책임의 존부에 관하여 판단한 위 위원회의 결정과는 달리 피고의 불법행위책임을 주위적으로 구하고 있어 새로운 법률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 위원회의 결정이 상당한 증거에 기하여 내려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 주장의 위 분쟁해결조항이 바로 부제소특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청구가 금반언의 원칙이나 소송법상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여지지도 아니하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책임의 근거 (1) 아래의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3호증, 갑 제4호증(각 국세청장회신), 갑 제5호증, 갑 제6호증(각 재무부장관 회신), 갑 제12호증의 1 내지 6(각 납품확인서), 갑 제13호증(납부서 및 입금표), 갑 제15호증(불기소증명), 갑 제16호증(1986.8.25.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 결정문), 갑 제17호증(1989.9.29.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 결정문), 갑 제19호증(계약서), 갑 제24호증(매월 판매금명세서 및 은행외화매입내역서), 갑 제38호증(검찰 무혐의 수사종결조서)의 각 기재와 증인 유동식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 (가) 1980.1.3. 내자호텔의 총지배인은 미육군 계약담당부서에 내자호텔의 일정 건물부분에 관하여 음향 및 비디오기기 판매점을 운영할 사람과 임대계약을 체결하여 줄 것을 요청하여 같은 달 24. 내자호텔에서 경쟁입찰에의 응찰자들을 상대로 현장설명회가 있었고, 이 설명회에서 내자호텔 총지배인 소외 살레르노(Mr. Salerno)는 응찰자들에게 동 상점에서 판매될 물품은 면세가 된다고 설명하였다. (나) 같은 달 30. 원고는 매월 차임을 금 2,501불(U.S.달러, 이하 같다)로 응찰하여 그 계약업체로 선정되었으며, 원고는 같은 해 2.22. 피고 산하 미육군 대한민국 계약 담당부서를 대표한 소외 레너드 라조프(Leonard Lazoff)와 사이에 원고가 내자호텔 안에서 전자기기와 스테레오 제품을 판매하고 월차임으로 금 2,501불을 지급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다)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계약서에서 원고가 위 상점에서 판매하는 물품에 관하여는 대한민국과아메리카합중국간의상호방위조약제4조에의한시설과구역및대한민국에서의합중국군대의지위에관한협정(이하 한미행정협정이라 한다) 제16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에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특별소비세, 관세 기타 세금을 면제받는다고 기재하고 동 세금이 부과되었을 경우의 환급절차 등에 관하여도 상세하게 기재하였다. (라)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기 전 이 사건 제품의 면세 여부에 관한 한미행정협정의 규정 및 대한민국의 세법 등에 관하여 조사하거나 대한민국의 세무당국에 그에 관한 문의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위와 같이 원고가 판매하는 제품이 면세라고 설명하고 이를 계약의 내용으로 포함시켰다. (마) 원고는 1980.4.1.부터 영업을 개시하면서 소외 주식회사 금성사(이하 금성사라고 한다)로부터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전자기기를 공급받았고 금성사는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계약서를 보고 이 사건 계약에 의하여 판매되는 물품은 면세라고 믿고 원고에게 공급물품에 대한 각종 세금을 제외한 가격으로 이를 공급하였으며 위 금성사는 관할세무서에 면세의 근거로 원고가 제출한 이 사건 계약서의 사본을 제출하기까지 하였다. (바)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원고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위 내자호텔의 외부에 '면세품점'이라는 대형광고판을 설치하고, 원고 경영의 위 상점이 면세점이라는 취지의 광고를 '성조기(The Stars and Stripes)'신문에 게재하였으며, 이 사건 계약의 담당관도 원고의 상점에서 텔레비전을 면세로 구입하면서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 원고는 1980.10.경에 이르러 관할 세무당국으로부터 원고가 판매하는 물품에 대하여는 비록 미국 군속, 군인, 그들의 가족들이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공용이 아닌 개인적인 구입으로서 한미행정협정에 의한 면세의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았고, 이에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원고에게 면세가 되도록 해 주겠다고 한 후 원고와 함께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관계당국에 원고가 판매하는 물품에 대한 면세의 권리를 주장하였으나 이는 결국 받아들여지지 아니하였다. (아) 원고는 하는 수 없이 1981.4.경 자신에 대한 공급업자인 소외 금성사를 통하여 그 동안 자신이 판매를 위하여 구입한 텔레비전 등 물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금 20,529,797원, 특별소비세 금 49,672,586원, 방위세 금 16,256,480원, 관세 9,510,666원, 합계 금 95,969,529원을 납부하였다. (자) 원고는 1983.3.30. 위 금 95,969,529원에 대한 환산금 124,147.61불을 포함하여 금 234,351.84불의 계약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계약담당관에게 제출하였으나 같은 해 4.11. 기각되었고, 이에 원고는 같은 해 5.10. 미군계약소청심사위원회(the Armed Services Board of Contract Appeals, 이하 위원회라고 한다)에 이의를 제기하여 위원회는 1986.8.25. 원고의 청구 중 원고가 세금으로 추징당한 금 124,147.61불에 한하여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판단하였다. (차) 원고 대표이사는 1981.1.20. 원고 경영의 위 상점에서 금성사로부터 공급받은 칼라텔레비전 528대 상당을 비면세권자인 내국인들에게 판매하였다는 취지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등 협의로 세관에 구속되었고, 원고 대표이사는 구속기간 중 자신의 위와 같은 혐의사실을 일부 시인하여 세관에서는 같은 해 2.4. 동인을 검찰에 송치하였으나, 검찰 송치 후 원고 대표이사는 자신의 혐의사실을 부인하였고, 검찰에서는 1987.11.2. 원고 대표이사의 위와 같은 혐의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처분을 하였다. (카) 피고측은 1986.9.26. 원고의 위와 같은 위법행위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음을 이유로 재심을 청구하여 위원회에서는 1989.9.29. 피고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고 대표이사가 승인받지 않은 내국인들에게 텔레비전을 판매한 사실을 수사기관에서 자인한 이상 원고가 자신이 승인받은 고객들에게 판매한 양을 입증하여야 함에도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고 대표이사가 내국인에게 위 물품을 판매하였다는 피의사건에 관하여 동인이 비록 세관에서 혐의사실을 일부 시인하였다고 하더라도 후일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대한민국의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그 피의자신문조서는 증거능력이 없으며, 검찰에서는 원고 대표이사가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달리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와 같이 무혐의처분을 내렸다고 하면 원고는 일응 위 물품을 모두 승인받은 고객들에게 판매하였다고 보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위 위원회에서는 도리어 원고가 이를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던 것이니 그 결정은 상당한 증거에 기하여 내려진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2)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소속 공무원들은 한미행정협정 및 대한민국의 세법에 의하면 면세가 되지 않는 물품의 판매에 관하여 관계 법령의 검토 등을 거치지 아니한 채 원고에게 원고가 판매하는 물품이 대한민국의 세법상 면세가 된다고 설명하여 이를 계약내용의 일부로 포함시켜 계약을 하였고, 이 사건 계약 이후에도 피고가 앞서서 적극적으로 원고 경영의 상점이 면세점이라고 광고하는 등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원고에게 손해를 가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한편 앞서 본 각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자신이 판매하는 물품이 면세가 된다는 피고의 말만을 믿고 세무당국 등에 그에 관한 확인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고, 계약 이후 물품의 판매과정에서 면세가 아니라는 세무당국의 통지를 받은 후에도 면세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피고측의 말을 믿고 일부 영업을 계속하는 등의 과실이 있다. 이러한 원고의 과실은 위 손해의 발생 및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다 할 것이나, 이는 피고의 책임을 면하게 할 정도는 아니므로 그 손해액의 산정에 있어서 이를 참작하기로 하되, 그 비율은 위 사실관계에 비추어 20% 정도로 봄이 상당하다. 3.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의 이 사건 피고의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위 인정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은 경위로 원고가 납부한 세금 95,969,529원과 원고가 피고와의 이 사건 계약기간 중 피고에게 지급한 임대수수료 금 48,018,199원의 지급을 구하고 있다. 살피건대, 원고가 피고에게 지급한 위 임대수수료는 원고가 영업활동의 대가로 피고에게 지급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피고의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원고가 손해를 입은 부분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는 이유가 없고, 다만 원고가 추징당한 세금 95,969,529원이 원고가 입은 손해라고 할 것이나 위에서 인정한 원고의 과실 20%를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금액은 금 76,775,623원(금 95,969,529원×80/100, 원 미만 버림)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금 76,775,623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며 가집행의 선고는 이를 붙이지 아니함이 상당하다고 사료되어 이를 붙이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남혁(재판장) 채동헌 유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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