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민사 서울고법
2004나3445

판시사항

[1]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의 처방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을 처방함에 있어서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1]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의 처방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2] 의사가 환자에게 전문의약품인 사후피임약을 처방함에 있어서, 환자가 사후피임약을 복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意思)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사항(피임효과, 부작용 등)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하여 사후피임약의 복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여 아무런 설명이나 진찰 없이 간호사로 하여금 처방전만을 발급하게 한 경우,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의료법 제25조 제1항 / [2] 민법 제750조 , 제751조 , 의료법 제18조 제1항 , 제18조의2 제1항

판례내용

【원고,항소인】 【피고,피항소인】 【제1심판결】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2004. 4. 29. 선고 2003가소42746 판결 【변론종결】 2005. 3. 10.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026,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03. 9. 16.부터 2005. 4. 2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 및 당심에서 확장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이를 2분하여 그 1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원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및항소취지】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10,297,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원고는 당심에서 청구취지를 확장하였다). 【이유】 1. 인정 사실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내지 7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5살 된 아들을 둔 가정주부이고, 피고는 '제1산부인과'라는 상호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의사이다. 나. 원고가 2003. 5. 2. 제1산부인과를 찾아가, 간호사에게 진료 접수 신청을 하면서 "전날 피임을 하지 않고 남편과 성관계를 가져 사후피임처방을 받으러 왔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성관계 후 수정란의 자궁내막 착상을 막는 피임약으로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음)'에 대한 처방전을 작성한 다음 피고의 도장을 찍어 원고에게 위 처방전을 건네주었으며, 원고는 의사인 피고로부터는 아무런 진찰이나 설명을 받지 못한 채 진료비 15,000원을 지급하고 간호사가 건네주는 처방전을 교부받았다. 다. 원고는 노레보정이 안전한 피임방법이라고 신뢰하여 위 병원을 나오자마자 근처 약국에서 노레보정(2정이 1세트로 포장되어 있음)을 11,000원에 구입하여,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즉시 1정을 복용하고, 12시간이 지나 나머지 1정을 복용하였으나, 이후 태아를 임신하게 되었다. 라. 노레보정의 포장용기 내에 첨부되어 있는 설명서(이하 '설명서'라 한다)에는 "이 피임약의 실패로 임신이 된 경우 역학적 연구에서 태아에 대한 프로게스틴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노레보정이 2001. 11.경 국내에서 시판될 무렵부터 노레보정을 복용한 후 피임에 실패할 경우 그 부작용이 태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도 피임에 실패한 이후 노레보정의 부작용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등을 염려하다가 산부인과 의사와의 상담을 거쳐 2003. 5. 24.경 제2산부인과에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았다. 마. 한편, 의료법 등 관련 법규에서는, 약국개설자는 의사 등의 처방전에 의하여 조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전문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고( 약사법 제41조 제2항 참조), 의사 등이 환자에게 의약품을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약사법에 의하여 자신이 직접 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여야 하며( 의료법 제18조의2 제1항 참조), 이 경우 의료업에 종사하고 자신이 직접 진찰한 의사 등이 아니면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 의료법 제18조 제1항 참조)고 규정하고 있다. 2. 주장 및 판단 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1) 살피건대,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검안·처방·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며(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48443 판결 참조), 이러한 의료행위에 있어서 의사의 환자에 대한 설명의무의 내용은 당해 의료행위의 종류, 내용이나 그 필요성 및 그에 수반되는 위험성의 정도, 긴급성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설명의무의 유무 및 그 정도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에 대한 사후피임처방의 경우는 신속히 처방을 하지 아니하면 원고의 건강에 지장을 초래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다만 원고 및 그 가족의 생활설계를 위하여 피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필요한 한도에서 행하여지는 것일 뿐만 아니라, 원·피고 사이의 진료계약에 있어서 원고의 진료비지급의무에 대응하는 피고의 진료의무는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에 대한 설명의무가 주된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의사인 피고로서는 사후피임처방을 원하는 원고에게, 현재로서는 100% 완전한 피임방법은 없고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설명서에 의하더라도 노레보정의 피임효과는, 성관계 후 첫 1정을 24시간 이내에 복용시 95%, 48시간 이내에 복용시 85%라고 한다.)을 복용하더라도 완벽하게 피임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 노레보정의 복용방법이나 효과뿐만 아니라 부작용(설명서에는 구역 및 구토, 현기증, 피로, 두통, 복통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더 나아가 노레보정 복용 후 피임에 실패할 경우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등, 원고가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을 복용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意思)를 결정함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임신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원고로 하여금 노레보정의 복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다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나아가 진료 자체도 하지 않은 채, 의료법에 위반하여 간호사로 하여금 처방전을 발급하게 하였고, 위 처방전에 기해 노레보정을 안전한 피임방법으로 신뢰한 원고가 이를 복용한 이상, 피고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3)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처방전에 의하여 전문의약품인 노레보정을 약사로부터 구입하여 복용함에 있어서 피고 병원 간호사의 설명이나 노레보정을 판매한 약사의 복약지도, 그리고 노레보정의 포장용기 내에 삽입되어 있는 설명서를 통해 노레보정을 복용하더라도 피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충분히 듣거나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주장과 같이 피고 병원 간호사가 원고에게 피임실패가능성 등에 관한 설명을 하였다거나 원고가 노레보정 복용시 피임에 실패할 가능성에 관하여 알고 있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그러한 사실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노레보정의 효과나 부작용, 피임에 실패한 경우 태아에 미칠 영향의 유무 등에 대한 피고의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것이 아닌 이상,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손해배상의 범위 (1) 사후피임처방을 위해 피고에게 지급한 진료비 및 노레보정 구입비용 (가) 진료비 의사가 환자에게 부담하는 진료채무는 질병의 치료와 같은 결과를 반드시 달성해야 할 결과채무가 아니라 환자의 치유를 위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현재의 의학 수준에 비추어 필요하고 적절한 진료조치를 다해야 할 채무 즉 수단채무라고 보아야 할 것이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의사인 피고가 원고에 대한 사후피임처방을 함에 있어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가지고 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이상 원고에 대하여 진료비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원고가 이미 피고에게 진료비를 지급한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원고는 진료비 15,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 (나) 노레보정 구입비용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노레보정의 복용 여부에 관한 원고의 의사결정권이 침해된 이상 원고는 선택의 기회를 상실한 상태에서 지출하게 된 노레보정 구입비용 11,000원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고 할 것이다. (2) 임신중절수술비 및 그에 따른 약값 원고는, 의사인 피고가 원고에게 아무런 설명없이 사후피임약인 노레보정을 처방함으로, 노레보정의 복용이 안전하고도 완전한 피임방법이라고 신뢰하여 위 약을 복용하였는데, 이후 피임에 실패하여 노레보정의 부작용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등을 염려하다가 결국 불가피한 임신중절수술을 받게 되었으므로, 원고는 위 임신중절수술로 인해 재산적·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원고가 주장하는 임신중절수술(원고는 자신에게 모자보건법 소정의 적법한 임신중절수술사유가 있었다는 점에 대한 아무런 주장·입증을 하지 않고 있다.)로 인한 손해와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다른 점에 관해 살필 필요없이 이유 없다. (3) 위자료 (가)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원고는 노레보정을 복용하여 피임을 시도할 것인지의 여부 및 피임을 위해 노레보정을 복용하였다가 실패할 경우 태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산모의 극심한 불안감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노레보정을 복용하지 않고 임신되면 그대로 출산할 것인지 등 노레보정의 복용 여부에 관하여 선택할 결정권을 침해당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게 되었음은 경험칙상 인정할 수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금전으로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다. (나) 나아가 그 액수에 대하여 살피건대, 피고가 아무런 진료없이 원고에게 전문의약품인 노레보정을 처방함에 있어서 원고가 이의제기 등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이 사건 피해를 예방할 수도 있었다는 점, 노레보정의 경우 제약회사에서 포장한 그대로 판매되는 약품으로 첨부된 설명서에 부작용이나 피임효과 등에 관하여 설명되어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지 않은 원고에게도 새로운 의약품을 복용함에 있어서 일반 소비자로서의 주의의무 위반이 다소 인정되는 점,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해 노레보정의 복용 여부에 대한 원고의 자기결정권 자체가 침해된 것일 뿐이고, 이로 인하여 중대한 결과{위 2. 나. (2)항에서 본 바와 같이 임신중절수술의 경우 설명의무 위반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가 발생하지는 아니한 점,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1,000,000원 정도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에게, 1,026,000원(진료비 15,000원 + 노레보정 구입비용 11,000원 + 위자료 1,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분명한 2003. 9. 1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05. 4. 21.까지는 민법에 정하여진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에 정하여진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원고는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이 판결 선고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도 위 특례법 소정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나, 피고가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므로 위 기간에 대하여는 위 특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위 인정 범위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와 당심에서 추가된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혁(재판장) 박희근 임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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